과학

문화; 인간의 진화, 생태학적 맥락에서

팔락 2011. 4. 6. 15:58

생리학자 제레드 다이어먼드는 진화 심리학의 개념들을 제안한 동시에 인문과학 특히 그중 역사와 과학의 통섭을 제의한 사람이다. <총, 균, 쇠 (Guns, Germs, Steel)>에서 그는 역사가 단지 사건의 연속이라는 표준적인 가정을 거부하고, 수만 년에 걸친 인류 역사를 인간의 진화와 생태학의 맥락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소웰과 다이어먼드는 인간 사회의 운명이 우연이나 인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혁신적인 성과물을 채택하려는 인간의 충동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 충동은 지리와 생태계의 변화와 결합되어 있다는 믿을 만한 견해를 제시했다.

 

다이어먼드는 역사의 처음에서 출발했다. 인간이 진화해온 대부분의 기간에 우리는 식량 수집인이었다. 문명의 부속물들-정착 생활, 도시, 노동의 분화, 정치, 군대의 전문화, 문자, 야금술-은 최근의 성과물이고 농업은 약 1만 년 전이었다. 농업은 길들이고 이용할 수 있는 식물과 동물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러한 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종들은 세계 몇몇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 중남미가 대표적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최초의 문명이 발생했다.

 

그때부터 지리는 운명과도 같았다. 다이어먼드와 소웰은 세계 최대의 대륙인 유라시아가 각 지방의 혁신적 성과물들이 모이는 최대의 집수 지역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상인, 체류자, 정복자들은 그것을 수집해 널리 전파시킬 수 있고, 교통 요충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첨단 기술 상품으로 응축시킬 수 있다.

 

또한 유라시아는 남북으로 뻗은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와는 달리 동서로 뻗어 있다. 한 지역에서 이용하는 작물과 동물이 비슷한 위도, 비슷한 기후의 다른 지역으로 쉽게 전파될 수 있다. 그러나 몇백 마일 차이로 온대와 열대가 나뉘는 경도를 따라서는 쉽게 전파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스텝 기후에서 사육하던 말은 서쪽으로는 유럽으로 동쪽으로는 중국으로 쉽게 건너갔지만, 안데스에서 사육하던 라마와 알파카는 북쪽인 멕시코로 건너가지 못했고, 그리서 마야와 아즈테크는 짐 나르는 짐승이 없는 문명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만 해도 무거운 화물의 장거리 운송은(이와 함께 상인과 그들의 지식의 이동도) 오직 수로로만 가능했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은 협로와 이랑이 많은 지형과 함께 수로로 이용할 수 있는 강과 천연 항구가 아주 많은 축복받은 땅이다. 아프리카와 호주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유라시아가 세계를 정복한 것은 유라시아인들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의 윈리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정복자들에 속하는 어느 민족의 `문화`( 가령 영국)도 사실은 수천 마일을 건너고 수천 년을 거친 발명의 성과물들을 모아 놓은 빅 히트 선집에 해당한다. 그 선집에는 중동에서 들어온 곡물과 알파벳, 중국에서 들어온 화약과 종이,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온 말 등이 주요 히트 송으로 들어 있다.

 

그러나 호주,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의 고립된 섬 문화들은 몇 가지 토착 기술로 연명해야 했고, 그 결과 다원주의적 정복자들에 대항할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심지어 유라시아와 (후에) 남북 아메리카 내에서도 산악 지형 때문에 고립된 문화들-예를 들면, 에팔레치아, 발칸, 스코틀랜드 고지대-은 주변의 광대한 문화 망에 수백 년 뒤처진 상태로 남게 되었다.

 

# 문화는 호박(琥珀) 속의 나비처럼 보존된 상징체계가 아니다. 그것은 박물관의 진열대가 아니라 일상 생활의 실제적 활동 속에 존재한다. 거기에서 문화는 경쟁하는 목표들 그리고 다른 문화들의 압력을 받으며 진화한다. 문화는 찬양해야 할 단지 정적인 `차이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성취하는 좋고 나쁜 방법을 가리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때 좋고 나쁨의 결정은 관찰자의 관점이 아니라 민족 자신들의 관점을 통해, 그들이 냉정한 생활 현실 가운데서 맞서고 열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 토머스 소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