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뷰캐넌이 본 관료집단

팔락 2010. 12. 14. 21:28

일찍이 밀은 관료들이 타성과 집단이기주의에 젖어 있는 수구세력임을 지적한 바 있다. 관료의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부와 함께 존재하여 온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는 민주사회에서도 여전하다.

 

관료도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재정의 증대를 선호하는 강한 성향을 갖고 있다. 이는 누구나 자기의 힘이 커지길 바라는 것과 동일한 현상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과는 달리 관료들은 이러한 자신의 바람을 보다 용이하게 실현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1. 하나는 그들 자신이 선거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선거결과가 자신들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잘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높은 비율로 투표에 참여한다. 이때문에 공무원의 표를 의식하지 않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2. 관료들은 의회 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입법권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관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정치학 교과서에는 집단적 의사결정은 의회의 권한이라고 써 있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집단적 선택이 입법부에서 이루어질 수 없고 상당 부분 행정관료에 의해 결정된다. 이 덕분에 행정관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재정팽창을 스스로 실현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관료들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부의 의원과 행정부의 책임자를 선거로 선출하여 이들로 하여금 관료들을 감독하게 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관료들을 장악하려는 선출된 행정책임자나 의원들은 오히려 관료들의 반격을 받아 상처를 입는다.

 

조금 달리 말하면, 입법부나 선거로 선출된 행정책임자는 구조적인 위계질서 하에 있는 관료들의 행위를 결코 완전히 장악할 수 없으며, 완전한 장악을 위한 어떤 시도도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