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무비판적 합리주의와 비판적 합리주의

팔락 2010. 5. 26. 18:52

 합리주의는 무비판적 합리주의와 비판적 합리주의로 나눌 수 있다. 무비판적 합리주의는 논증과 경험에 의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무비판적 합리주의는 자기 자신의 무비판적인 이런 주장에 의해 논파된다. 무비판적 합리주의의 주장 자체는 논증이나 경험에 의해 지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판적 합리주의는 합리주의적 입장의 채택이 비합리적인 것임을 인정하는, <이성에 대한 비합리적 믿음>이다. 비판적 합리주의는, 그러므로, 무비판적인 전면적 합리주의가 빠지게 되는 자기모순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무비판적 합리주의와 비판적 합리주의 그리고 비합리주의, 이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는 개인의 도덕적 결단의 문제이다. 과학적 이론의 선택이 실험의 결과에 의존한다면, 도덕적 입장의 선택은 양심에 의존하는 결정의 문제이다.

 

 비합리주의는 피나 계급이나 민족을 중시하므로, 논증을 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더 중요시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친구와 원수로 양분한다. 따라서 평등적이거나 무사공평한 태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무사공평이나 평등의 관념은 감정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이성의 도덕적 요구이다. 감정은 사람을 자기의 감정의 농도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놓기에 모든 사람을 똑같이 보려는 평등주의적 태도와는 실제에 있어서 멀리 떨어지게 마련이다.

 

 합리주의는 자기의 한계를 인식하여 남의 이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태도이므로, 타인도 자기의 논변을 펼 수 있는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합리주의는 사회의 합리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것은 언어가 감정의 자기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한 이성의 공동언어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리주의는 상상력이 비판적 사고의 필수요소임을 인정한다. 근본적으로 합리주의와 인도주의는 매우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비합리주의도 인도주의와 연결될 수는 있으나, 그 토대가 굳건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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