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그의 진실성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었다. 그의 대담함과 소박성, 겸손과 균형감각, 유머는 결코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 나는 신이 이 국가에 붙여준 등에야. 그리고 나는 하루종일 어디에서고 당신들을 자극하고 설득하고 책망하면서 당신들에게 매달려 다니지. 당신들은 나와 비슷한 것을 그리 쉽게 볼 수는 없을 거야. 그러므로 나는 당신들에게 나를 아낄 것을 충고하는 거지. --- 아니토스가 시키는 대로 당신들이 나를 쳐서 경솔하게 나를 죽게 한다면, 신이 마음을 써서 또다른 등에를 보내주지 않는 한, 당신들의 여생은 잠들어 있을걸세." 이렇게 그는 <변론>에서 말했다.
그는 인간이 운명이나 명성 및 이런 유의 다른 거창한 일 때문에 죽을 수도 있지만, 비판적 사고의 자유와, 자만이나 감상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는 자존 때문에 죽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 산파술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는 아시다시피 '무지에 대한 자각'이다. 쉽게 말해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뭔가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동양에도 '그릇을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격언이 있듯이, 선입견이나 잘못된 지식을 인정하고 몰아내야 새롭고 올바른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말은 아주 지당하고 쉬워 보이지만, 소크라테스식 학습을 막상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이유는 그 과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예의 달변으로 상대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고 反語(eironeia)를 통해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면서 서서히 상대를 무너뜨린다.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야 상대의 잘못된 주장을 입증하고 - 새로운 지식을 담기 위해 - 그릇을 비워내는 과정이지만, 정작 당하는 상대는 광장에서 옷을 홀라당 벗겨지는듯한 수치심이 들게 된다(물론 그러한 논쟁들이 대부분 사람 많은 광장에서 벌어졌기 때문이기도).
특히 소크라테스에게 많이 당한 사람들은 아테네의 정치가들이었는데, 논쟁에서 처참하게 깨진 그들이 막판에 대개 하는 말이 '그러면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였다. 소크라테스는 웃으며 말한다.
'산파(産婆)가 애를 낳는가 아니면 산모가 애를 낳는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당연히 산모지...'
'정치가가 무엇을 할 것인지 해답은 정치가가 찾아야 한다. 지금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지적하는 게 내 역할이다. 산모가 애를 잘 낳을 수 있도록 돕고 가르치는 것이 산파의 역할이 듯이...'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로 인해 유명해진 말이긴 하지만 소크라테스 이전부터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 기둥에 써져있던 말이다. 다른 기둥에는 ‘너무 지나치지 말라’는 말도 써져있었다고 한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이것을 그리스 7현인(賢人)의 한 사람인 탈레스가 쓴 것이라고 하였지만, 같은 7현인의 한 사람인 스파르타의 킬론이 한 말이라고도 하고, 다른 현자의 말이라고도 하여 일정하지 않다.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탈레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려운 일이며, 쉬운 일이라면 남을 충고하는 일이라고 대답하였다 한다.
이와는 반대로 희극작가 메난드로스는 오히려 ‘남을 알라’고 하는 쪽이 더 유익하다고 비판하였다. 키케로는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외적인 신체가 아닌 자기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데모크리토스도 신의 어려운 명령이라고 해석하였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지혜가 신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무엇보다 먼저 자기의 무지(無知)를 아는 엄격한 철학적 반성이 중요하다고 하여 이 격언을 자신의 철학적 활동의 출발점에 두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 덕목의 목록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겸손은 당연히 들어간다고 하였으며, 결국 절제도 인간의 덕목에 포함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절제의 표현이 ‘너무 지나치지 말라’인 것이다.
너를 인간답게 만들고, 너를 단순한 욕망과 소망의 덩어리 이상으로 만들며, 너를 자부심 강한 개인으로 만들고, 네가 너 자신의 목적이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너의 이성인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우리 지성의 한계를 상기시키고자 "너 자신을 알라 know thyself."고 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너의 영혼을 보살피라 care your souls."는 그의 말은 대체로 지적 정직성 intellectual honesty 에 대한 호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