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사회학주의

팔락 2010. 5. 26. 12:56

 우리의 사상이나 견해가 사회학적 의존성을 지녔음을 강조하는 이론을 가끔 사회학주의 sociologism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적 의존성을 강조할 때는 전통적 역사주의 historism라고 부르기도 한다(전통적 역사주의는 역사결정론적 역사주의 historicism와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사회학주의가 주장하듯이 인간과 그의 목적들은 어떤 의미에서 사회의 산물이라는 것은 너무나 지당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회는 인간과 인간의 목적의 산물이며 그것은 앞으로 더욱 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옳은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서 이 두 측면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가이다.

 

 우리는 이 사회학주의를, 자연주의적 견해, 즉 인간과 그의 목적들이 유전과 환경의 산물이라는 견해와 비교해 보면 사회학주의가 무엇인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자연주의적 견해에 진실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확실한 것은 인간의 환경은 날로 인간과 그의 목적의 산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여기서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측면이 더 중요하며 유익한가 하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인 우리와 우리의 마음, 우리의 생각들은 대체로 우리의 부모들의 산물이며 동시에 우리가 교육받은 방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대체로 우리의 행동과 우리가 그들을 양육한 방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어느 국면이 더 중요한가? 

 

 우리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할 때 우리가 발견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우리의 생각들이 우리의 양육방식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의존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생각들이 전적으로 우리의 양육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자기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우리의 경험과 사물을 보는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부터 학습이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우리의 앞 세대에 의해 양육된 바로 그 방식으로 우리의 다음 세대도 양육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비판적 능력을 총동원하여, 우리가 받은 교육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문제를 모색할 수가 있다.

 

 사회학주의가 강조하는 점은 이와 비슷하게 논의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생각들이 어떤 면에서 사회의 산물이라는 것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옳은 말이다. 우리의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회적 부분이다. 사상은 특히 사회적 관계에 매우 크게 의존한다. 언어, 즉 사고의 수단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히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우리는 사상을 검토할 수 있으며 비판할 수 있으며 또 그것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과,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개선된 사상(생각)에 의하여 우리의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키고 개선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형이상학적인 <자유의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비결정론자도 유전과 사회적 환경요인에 대한 의존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 반면에 결정론자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유전과 교육과 사회적 영향에 의해서만 완전히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생 동안에 쌓인 더 <우연적인>인 경험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결정론자는 인정해야 한다.

 

 결정론이든 비결정론이든 그것이 형이상학적 영역 한에 머무는 한, 우리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들이 형이상학의 영역을 넘어설 때이다. 이를테면 형이상학적 결정론이 사회학적 결정론 즉 사회학주의를 지원하는 경우인데, 이때 우리는 경험에 의거하여 그 시비를 가릴 수 있다. 그것이 거짓되었다는 것을 경험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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