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시닌에 대한 노벨상 수상은 중의학에 대한 수상이 아닙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기생충 약을 개발한 세 명의 학자들에게 수여됐다. 수상자 중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한의서에 기록된 학질 처방 중 하나인 개똥쑥(한약재명: 청호)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찾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역시 말라리아 치료에 중의학을 이용한 것으로써 한의학 역시 신종감염병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한의학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틀렸다.
한의서 중 4세기에 중국에서 편찬된 <주후비급방>에서 청호가 말라리아(학질)을 치료한다는 기록을 배경으로 투유유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에 개똥쑥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는 학질에 대한 단방으로 19가지를 소개하는데 청호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입증하려면 <동의보감>에 학질 치료제로 기록된 쥐며느리, 지네, 뱀 허물, 자라 등딱지, 호랑이 머리뼈, 박쥐의 똥, 삵의 똥 같은 한약재들을 말라리아 환자에게 먹였을 때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사실 한의학은 말라리아에 속수무책이었다.
중국에서는 1692년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어의들은 황제의 말라리아를 치료하지 못했는데, 프랑스 선교사가 준 킨키나나무 껍질(키니네의 원료)을 먹고 치료가 되었다. 황제는 황성 안의 큰 건물을 하사하고 서양의학을 도입을 추진했다.
조선에서도 말라리아를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가 없어서 학질 환자는 대개 한의사가 아닌 무당, 중, 판수를 찾아가 귀신을 쫓는 굿이나 독경(讀經)에 의지했다. 1800년대 말 서양에서 온 의사들이 진료했던 제중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이 바로 퀴닌(quinine)이었으며 조선인들이 서양의학에 경외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외과수술과 함께 퀴닌이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개똥쑥은 구하기 어려운 약재가 아니었음에도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이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개똥쑥이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똥쑥을 그대로 복용해서는 유효성분이 양이 부족할 수도 있고, 부작용 때문에 충분한 양을 복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개똥쑥에 들어있는 다른 물질들이 효과를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효과를 내세우려면 최소한 개똥쑥을 한약으로 달여 복용했을 때 말라리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한의서에 적힌 학질 치료제들은 모두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포함하고 있을까?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발견하기까지 2,000가지 이상의 한약재를 시험했다. 한의서에 처방이 적혀있는 약초라고 해서 무작위로 식물들을 선정해 시험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중국은 1993년 한의서에 기록된 처방 10만여 가지를 모아서 <방제대사전>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한의학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찾았다는 일화가 아니라 10만 가지 한의학 처방 중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되는 비율이 몇 %나 되는지를 놓고 따져야한다. 신약 개발 단계에서 약효를 입증하는데 사용되는 임상시험 방식인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double-blind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 한의학 처방이 몇 가지나 있는지 대한한의사협회는 고백하기 바란다.
노벨 위원회도 투유유 교수에 대한 수상이 중의학에 대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수상식에서 투 교수에 대한 상이 중국전통의학에 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노벨위원회는 "절대 아니다“라며 ”중국전통의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약에 대한 ‘의학 연구‘에 대한 상“이라고 답했다.
(One questioner asks if Tu’s prize is, in effect, an award for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he response from the Nobel committee is a definite no: it awards her medical research for a drug which was “inspired” by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http://latestnewsworld.org/science/live/2015/oct/05/nobel-prizes-in-physiology-or-medicine-announced-live
투유유 교수의 노벨상은 한의학이 아니라 식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내 약으로 쓰일 수 있게 해준 과학과 말라리아의 병리를 밝혀내고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엄밀히 평가해낸 현대의학에 대한 수상이다.
2015년 10월 6일
과학중심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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