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화 중에 상대방의 눈을 종종 쳐다본다. 이떄 사회적 상대지위에 대한 함수를 써서 상대의 눈을 응시하는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하는데, 보통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
중요한 점은 상대의 눈을 일반적으로 얼마나 오래 쳐다보는가가 아니다. 그 사람이 청자일 때와 화자일 때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하나의 정량적 척도로 그 행동을 평가하는데, 그 척도로 조사한 데이터는 꽤 충격적이다.
원리는 이렇다. 당신이 말하는 동안 상대의 눈을 쳐다본 시간의 비율을 퍼센트로 구한 뒤, 당신이 듣는 동안 상대의 눈을 쳐다본 시간의 비율로 나누자. 누가 말하느냐에 무관하게 당신이 늘 같은 시간만큼 다른 곳을 바라본다면, 당신의 비는 1.0이다. 그러나 들을 때보다 말할 때 다른 곳을 더 자주 바라본다면, 비는 1.0 미만이다. 한편 들을 때보다 말할 때 다른 곳을 덜 바라본다면, 비는 1.0보다 크다.
심리학자들은 이 비가 시사점이 많은 통계값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시각우위 비율(visual dominance ratio)'이라고 불리는 이 비는 사회적 위계관계에서 당신과 대화상대의 상대적 위치를 반영한다. 시각우위 비율이 1.0에 가깝거나 더 큰 것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우위를 점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시각우위 비율이 1.0 미만인 것은 위계가 낮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해서, 시각우위 비율이 1.0 근처이거나 그보다 크다면 아마도 사람을 부리는 쪽일 것이고, 0.6 근처라면 지시를 받는 쪽일 것이다.
이 데이터에서 충격적인 점은 우리가 자신의 위계에 걸맞도록 의식 아래에서 눈 맞추기 행동을 조정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그런 행동을 하며, 심지어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몇몇 표본을 예로 들어보자. 한군사단 장교자끼리 대화할 때는 비가 1.06이었고, 후보생이 장교에게 말할 때는 0.61이었다. 심리학 입문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이 고등학교 선배이지만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 없는 듯한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0.92였고,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우등생이며 이름난 의대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0.59였다.
전문직 남성이 여성과 자신의 분야에 대해 대화할 때는 0.98이었고, 남성이 전문직 여성과 그 여성의 분야에 대해서 대화할 때는 0.61이었다. 전문직 여성이 비전문직 남성과 대화할 때는 1.04였으며, 비전문직 여성이 전문직 남성과 대화할 때는 0.54였다. 이 연구들은 모두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문화에 따라서 수치는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마도 현상 자체는 변함없을 것이다.
- 새로운 무의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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