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그 많던 녹즙기는 어디로 갔을까?

팔락 2014. 11. 5. 09:43

그 많던 녹즙기는 어디로 갔을까?
녹즙기, 운지버섯, 스쿠알렌의 공통점


▲운지버섯

1990년대 초중반 가장 인기 있는 주방용품 중에는 녹즙기가 있었다. 녹즙이 건강에 좋고 녹즙으로 암을 치료했다거나 난치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당시 5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녹즙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93년에는 시장규모가 8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제조업체도 50여개에 달했으나 1994년도를 기점으로 인기가 한 풀 꺾이면서 90년대 후반부터 거의 잊혀져갔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녹즙기로 짜 마시지 않고 삶고 갈아 마시는 ‘해독주스’ 따위가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유행했던 건강식품 중에는 운지버섯(구름버섯)도 있다. 운지버섯은 간염에 좋고,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암환자들이 많이 찾았다. 광동제약은 1991년 운지버섯을 함유한 드링크제 ‘운지천’을 출시해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1994년에는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1997년 단종됐다.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쿠알렌, 로열제리, 가시오가피, 영지버섯 등도 마찬가지로 한 때 반짝 하는 유행으로 지나갔다.

2000년 이전의 신문기사를 검색해주는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http://newslibrary.naver.com/)의 검색결과를 보자. 당시 등장했던 신문기사의 숫자로 유행의 정도를 비춰볼 수 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녹즙기" 검색결과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스쿠알렌" 검색결과

위의 그래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사람들은 난치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보장해주는 특효약을 갈구해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면 열광했지만 모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슬그머니 잊혀졌다.


요즘에도 언론, 방송, 책 등에서 건강에 특효라는 것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일부는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과연 그 중에 십년 뒤에도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만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