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사후확신 편향 hindsight bias

팔락 2014. 3. 17. 15:48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고 난 후, 자기는 이미 진작부터 그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고 있었다고 믿는 현상을 '사후확신 편향 hindsight bias '이라고 한다.

 

이런 사후확신 편향은 의사결정자들의 평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과정의 건전성이 아니라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결정의 질을 평가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위험하지 않은 수술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환자가 죽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사건을 접한 판사는 이렇게 말할 확률이 크다. '사실은 위험한 수술이었으며, 의사는 그 수술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 이처럼 예전에 내린 결정을 과정이 아닌 최종 결과로 판단하려는 '결과 편향 outcome bias' 결정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믿음들을 따져보며 적절히 평가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후확신은 의사, 금융가, 3루 코치, 최고 경영자, 사회복지사, 외교관, 정치인처럼 타인들을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아우리 좋은 결정을 내렸다 해도 비난을 받고, 이후로는 분명 성공적이었던 결정들마저 신뢰받지 못한다. 여기서 확실한 결과 편향이 나타난다.

 

캘리포니아 주 학생들은 미네소타 주 항구도시 덜루스가 엄청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정규직 홍수 감시요원을 고용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한 집단에게는 시가 결정을 내리던 때에 구할 수 있는 증거만 보여주었다. 그러자 이들 중 24%는 덜루스가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홍수 감시요원을 해용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다른 집단에게는 쓰레기가 강을 막아 엄청난 홍수 피해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앞서 사후확신 때문에 판단을 왜곡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분명 받았으면서도 이 집단의 56%는 시가 감시요원을 고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가 끔찍할수록 사후확신 편향은 더 강해진다. 특히 9.11 같은 재난의 경우, 우리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한 정부 관계자들이 제대로 일을 안했거나 무지했다고 쉽게 치부하곤 한다. 2001년 7월 10일 CIA는 알카에다가 미국을 겨냥한 엄청난 공격을 계획 중일지도 모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국장인 조지 테닛은 그 첩보를 부시 대통령이 아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훗날 이 사실이 밝혀지자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은 '역사를 뒤흔들 만큼 중대한 첩보라면 대통령에게 곧바로 보고해야 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7월 10일에는 아무도 이 정보가 역사를 뒤바꿀 사건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도 없었다.

 

타인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표준 운영 절차를 따른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 훗날 비판과 성토, 검토의 대상이 도리라 예상하는 의사결정자들은 관행적인 방법을 선호하고 위험을 결코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의료 사고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의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술 절차와 방법을 바꾸었다. 더 많은 검사를 지시했고, 전문의들에게 더 많은 사례를 알려주었으며, 실효가 없더라도 일반적인 치료법을 적용했다. 이런 행동들은 환자를 돕기보다는 의사를 보호하는 일이며 이해 갈등만 더욱 증폭시킨다.

 

일반적으로 사후확신 편향과 결과 편향은 위험 회피 성향을 확대하지만, 엄청난 도박으로 승리를 거머쥔 장군이나 기업가처럼 무책임한 위험 추구자들에게 분에 넘치는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운이 좋은 리더들은 과도한 위험을 감내한다고 해서 대가를 치르거나 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을 예상하는 재능과 예지력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는다. 반면 그들을 의심했던 합리적인 사람들은 속 좁고 소심하며 나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처럼 몇 가지 행운의 도박은 무모한 리더들에게 예지력과 담대함이라는 후광의 왕관을 씌워주기도 한다. 

 

-- 생각에 관한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