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서번트 증후군과 아스퍼그 증후군

팔락 2013. 9. 25. 10:37

# 특별한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펌 강석기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굿닥터’에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지만 천재적인 기억력과 공간지각 능력을 발휘해 훌륭한 소아외과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다.

 

서번트 증후군은 드라마와 함께 덩달아 관심이 높아졌는데, 최근 ‘스타킹’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제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소년이 출연하기도 했다. IQ 50인 14세 정신지체 소년은 아주 능숙하게 피아노를 치는가 하면, 수십 년 전은 물론 수 년 뒤 특정 날짜의 요일을 단 몇 초 만에 정확히 맞췄다. 또 지하철노선도를 통째로 외워 진행자가 ‘4호선’ 하면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수십 개의 역 이름을 줄줄이 읊어대기도 했다.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이들은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특정한 좁은 영역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여준다. 음악, 미술, 달력 계산, 수학(소수 계산 등), 공간 지각력(길 찾기 등) 등 크게 5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데, 스타킹에 나온 소년도 음악과 달력 계산, 길 찾기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이로운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자폐성 서번트를 주인공으로 한 1988년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기도 한 킴 픽은 책 9,000권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데, 한 페이지를 읽는데 8~10초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 마디로 살아있는 스캐너인 셈이다.

 

2009년 ‘영국왕립학회철학회보B’는 서번트 증후군을 특집으로 다뤘다. 서번트 증후군의 권위자인 미국 위스콘신의대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는 개괄하는 글에서 서번트의 절반은 자폐 증상을 보이고 나머지 절반도 뇌질환이나 선천성 이상 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폐인 사람 가운데 10% 정도가 서번트 증후군을 보인다.

 

트레퍼트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여러 서번트의 뇌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 이들이 공통적으로 좌뇌에 문제가 있거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좌뇌의 지배에서 벗어난 우뇌가 능력발휘를 해 서번트 증후군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뇌의 좌우비대칭성은 잘 알려져 있는데 좌뇌는 주로 논리적, 언어적, 추상적 사고를 하는 반면 우뇌는 감각적, 구체적 사고를 한다. 즉 좌뇌가 진화상 늦게 발달했음에도 사람에 이르러 지배적인 뇌로 군림하면서 우리는 ‘이성의 동물’이 됐다는 말이다.

 

좌뇌는 우뇌보다 늦게 성숙한다고 한다. 따라서 그만큼 더 취약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아의 뇌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문제가 되는데, 이때 특히 좌뇌가 손상을 입는다. 그 결과 자폐아나 정신지체아가 태어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이므로 이런 현상은 남아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때문에 자폐증은 남자가 여자보다 4배 더 많다.

 

좌뇌에 문제가 생겨 정신지체가 된 것이 서번트 능력을 갖게 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증명은 어렵지만 그럴 것임이 거의 확실한 정황증거가 있다. 바로 후천성 서번트의 존재다. 즉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 사고나 질병, 치매로 좌뇌가 손상되면서 동시에 서번트 능력을 갖게 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발성치매인 ‘전측두엽성 치매’로 좌뇌가 점점 손상돼 추상적 사고 능력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동시에 미술이나 음악에서 놀라운 예술성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면 우뇌까지 손상되면서 이런 능력도 사라진다.

 

호주 시드니대 마음센터 앨런 스나이더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서번트 증후군과 같은 잠재력이 있지만 강력한 좌뇌의 억압으로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즉 좌뇌의 ‘가공된 의식적 기억’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우뇌의 ‘날 것인 무의식적 기억’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접근하려면 문지기인 좌뇌를 따돌려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에겐 어림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두개자기자극(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같은 외부 교란을 통해 일시적으로 문지기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이란 두피에 전극을 대고 일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줘 해당 뇌 부위의 활동이 떨어지게 하는 작용이다. 좌뇌 전두측두엽에 경두개자기자극을 주면 우뇌가 활성화되고 따라서 서번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을 한 결과 11명 가운데 4명이 그림을 훨씬 더 잘 그렸고 다른 실험에서는 12명 가운데 10명이 화면에 흩어져 있는 조각들의 숫자를 더 정확히 추측했다.

 

좌뇌가 평소 우뇌의 서번트 능력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인지심리학자인 베티 에드워즈 미국 LA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1989년 출간해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책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에서 사람들이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건 우뇌의 묘사력을 억제하는 좌뇌의 추상화 성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좌뇌는 대상을 개념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디테일을 무시하고 도식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을 그릴 때 새끼손가락이 가려져 안 보이더라도 ‘사람 손가락은 다섯 개’라는 개념이 관찰을 무시하고 손가락이 다 보이도록 그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좌뇌를 무력화시키면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 실제로 그림 실력이 비슷한 두 사람에게 한 사람은 제대로 된 피카소의 그림을, 다른 사람은 뒤집어 놓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그리게 했다. 그 결과, 뒤집어 놓은 그림을 보고 그린 경우가 묘사력이 월등했다. 에드워즈 교수는 의식적인 좌뇌를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훈련을 하면 누구나 어느 수준 이상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번트 증후군인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의 서번트 능력을 계발하면 전반적인 삶의 질도 개선된다고 한다. 스타킹에 출연한 소년도 음악 선생님이 아이의 음악성을 알아보고 끈질기게 피아노 앞에 앉게 해 이처럼 재능이 꽃피게 했다고 한다. 트레퍼트 교수 역시 “재능을 훈련시켜라! 그러면 당신의 결함도 가려질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서번트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아스퍼거 장애 asperger disorder

정의

사회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으며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상동적인 증세를 보이는 자폐증이 아닌 발달장애 질환이다(자폐 스펙트럼에 포함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두드러지는 언어 발달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 전반적 발달 장애의 일종이다. 아스퍼거 장애는 자폐증과는 달리 어린 시절에 언어 발달 지연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정상 언어 발달을 보여도 현학적이거나 우회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의사소통의 실용성 면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원인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출산 시의 영향, 유전적인 영향, 신경학적인 요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아스퍼거 장애의 발병에 다양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환자는 저산소증이나 출산 전후의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고, 가족 중에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다. 몸놀림이 둔하게 보이는 등의 신경학적인 이상을 보이기도 하고 뇌파 검사나 CT, MRI 같은 영상검사 상 뇌에 이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아동은 대개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대화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증상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말투에 운율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말투나 내용이 과장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눈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집착하고 있는 관심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의사소통 중에 얼굴 표정과 몸짓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다. 또한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적게 하는 경향이 있고, 말을 할 때는 억양이 이상하고(밋밋하고 단조롭거나 과장됨) 문맥에서 벗어난 부적절한 단어를 반복하기도 하며, 보통 사람이 듣기에 독특한 말을 하는 경향도 있다. 대인관계에 관심이 있으나 상호교류가 잘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몸을 움직이는 운동 기능이 둔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진단

언어나 운동 등의 발달 과정을 조사하고 현재 보이는 모습에 대해 설문 검사를 하거나 면담 검사를 시행한다. 필요시에는 염색체 분석, 갑상선 호르몬 검사, 뇌의 모양을 알기 위한 자기공명영상법(MRI) 등의 검사를 하기도 한다.

 

치료

효과적인 치료는 여러 단계에서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 가족 상담

장애에 대한 조심스러운 설명과 아동에 대한 현실적 기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한다.

 

2) 인지 치료

다른 사람의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도록 도우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지 인식할 수 있게 돕는다.

 

3) 사회 기술 훈련

사회적 단서를 인식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역할 연습이나 사회적 이야기, 만화, 비디오 녹화, 규칙 사용하기, 시각적 단서 그리고 긍정적 행동 강화를 통해 사회 기술을 가르친다.

 

4) 행동 수정 치료

행동 조절을 통하여 가정, 학교, 직장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규칙을 지키도록 가르친다.

 

5) 교육적 개입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자조 기술과 작업 기술을 가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6) 약물 치료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과잉 활동, 불안, 강박 행동, 틱, 우울, 망상이나 환청, 수면 장애 등이 심하다면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

 

경과/합병증

같이 올 수 있는 병으로는 뚜렛 장애와 강박 장애, 우울증이 있다. 대개 아스퍼거 장애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할 때 주변에서 알게 되고,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서 호전되기도 하는데, 일부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개인적인 특징을 보이며 지속되기도 한다.

 

# 아스퍼그 증후군은 공감 회로의 발달 과정 중 어떤 원인으로 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한 인지력의 발달에 장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서적인 회로는 온전하여 본질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은 있다. 또한 패턴 인식이 매우 뛰어나며 끊임없이 모든 사물의 체계화를 시도하고 체계화가 되지 않는 상황에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인간의 일상적인 대화나 감정은 대표적으로 체계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고 따라서 아스퍼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일상적인 대화나 감정 처리에 미숙하여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갖는다.

 

이와 반대되는 공감 회로의 이상은 사이코패스이다. 이들은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인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정서적 회로가 손상된 경우다. 즉 남을 속이거나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인지는 있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범죄나 마약 폭행 등 반사회적인 인격과 행동을 형성하기가 쉽다.

 

전형적인 자폐증의 경우는 공감의 인지 회로와 정서적 회로가 모두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타인을 물건처럼 대하며 타인의 감정에 둔감하나 특별한 악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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