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방과 사회적 죽음에 대한 두려움 >
조직에 불만을 품는 사람은 자기뿐이며 다른 어떤 영혼도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침묵의 반대자들은 대체로 동료로부터의 추방을 두려워한다.
그들이 불만과 분통을 꾹꾹 누르면서 나쁜 리더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물결에 섞여
들어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히틀러 청년단 안에도 나치 강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열렬한 동료에게 휩쓸려 들어온 소년이 많았다.
어떤 조직의 손에 쥐어진 '도편 추방' 혹은 '사회적 죽음'에 대한 공포는 불만을
품은 지지자들이 항의를 하지 못하게 막는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 기가 꺽인
지지자들은 자신의 불만을 숨긴 채, '이미 정체가 잘 알려진 악'이 '정체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악마'보다 차라리 낫다는 식의 믿음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 중략
불행하게도 나쁜 리더들과 맞서는 행위가 곧 직업적 혹은 사회적 자살행위로 이어질 때가
너무 빈번하다. 예를 들면 초창기 시절에 J. 에드거 후버의 교활한 군림 아래에서 FBI가
나약해지고 있을 때 오랫동안 후버의 측근으로 지낸 윌리엄 설리번이 마침내 국장에게
사임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에 이르렀다. 그 다음 날 설리번이 업무 보고를 하려고
할 때는 이미 그의 자리가 없어진 뒤였다. 사무실 문에서도 설리번이라는 이름이 떼져
있었고, 사무실 잠금장치 또한 바뀌어 있었다.
직장과 가족, 친구, 직업 그리고 간혹 정신적 황폐 등의 형태로 많은 내부 고발자들이
슬픈 운명을 맞게 됨에 따라 장래에 체제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그런 내부
고발자들의 전례에서 동기 부여를 거의 받지 못한다. 영화로 상세히 소개된 에린 브로코비치만큼
성공적이었던 내부 고발자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의 경우 모틴티오콜 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로저 보이스졸리와 비슷한 운명을 걷는다. 당시 보이스졸리는 불운한
운명으로 사라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부품 오링(O-ring)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이 우주선의 발사에 강력히 항의했었다. 그러나 1985년 우주왕복선 폭발의 여파로
보이스 졸리는 직장만이 아니라 엔지니어로서 누려온 명성까지 한꺼번에 잃어 버렸다.
그런 식으로 한 개인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행위는 사회적 죽임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당연히 사회적 죽음의 위협은 육체적인 죽음에 대한 위험과 똑같이 엄청난
고민을 유발한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죽음이 눈에 보이는 형태의 고통으로 나타나든
아니면 짐작하는 선에서 끝나든 상관없이, 육체적 파괴보다 더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다.
가혹하게도 내부 고발자들이 희생양의 역할로 내던져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면
리더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온갖 PR 캠페인을 다 동원해 리더를 버린 그 내부 고발자의
'충격적인' 배신과 그 리더가 품고 있는 명분의 훌륭함에 초점을 다시 맞춘다.
< 홀로서다 >
현명한 내부 고발자라면 지도부 무리가 악의에 찬 반응을 보일 거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롤리 같은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들은 내심 그들이 자신의
뜻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지,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내부 고발자들은 만약의 사태를 거의 준비하지 않은 채로 남는 셈이다. 직장
동료와 친구 그리고 가끔은 가족마저도 고발 행위에 대해서 지나친 강박관념에서 나왔거나
아니면 극도의 의협심에서 저질러진 행동 정도로 약간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신이나 영혼, 경우에 따라서는 육체가 망가지는 경험을 한 내부 고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앨퍼드의 연구만 보아도 폭로의 가능성이 아주 높은 잠재적인 저항자들마저도
그런 계획을 접을 정도로 폭로의 대가는 너무나 크다. 권력 앞에서 감히 진실을 밝힌
영웅으로 널리 칭송받기는 커녕, 항의를 한 사람은 엉뚱하게도 자신이 퇴짜를 맞고
회피당하고 '미치광이'라고 헐뜯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또한 설상가상으로
은밀하게 자기와 뜻을 같이했던 사람마저도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 중략
모든 내부 고발자가, 아니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가 듀런트와 비슷한 결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가 비극적인 현실 경험과 실험실 연구에서
보아왔듯이, 그런 개인들은 실제로 동료들의 손에 의해 고통스런 처벌을 받는다.
내부 고발자의 동료들은 그 내부 고발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신해 용감하게
진실을 밝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치명적인 리더의 노기등등한 분노의
불똥이 자신에게로 튀어오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치명적인 리더들과 그들의 참모 그리고 조직이 보복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나쁜 리더들에게 맞서려는 사람들의 용기를 꺽는다. 이와 더불어 동료와
친구, 심지어 가족에 의한 '도편 추방'이 사회적 죽음에 이르는 길을 정밀하게
그려준다. 이런 무서운 결과들은 항의자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리더의 난폭함을
폭로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에서 발췌
'사회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레토 법칙 (0) | 2010.04.08 |
---|---|
커뮤니케이션 & 리더십과 카리스마 (0) | 2010.04.08 |
지식인의 비극 (0) | 2010.04.08 |
리카도 ( 고전 경제학의 완성자 ) (0) | 2010.04.08 |
세계의 명언, 走者와 유권자에게 (0) | 2010.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