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그 실체가 막연하고 불명료해서, 아무나 그기다 대고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선호를 투사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과 기술 혁신에 막대한 정부지출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규모 감세와 각종 산업규제 해제가 시급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어느 편 얘기가 맞을까?
알 수 없다. 생산성 증가는 통계학자들이 말하는 '잔차(residuum)"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생산성 증가를 계산하려면 우선 경제성장률에서 학실한 변수를 제외시킨다. 만약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로 경제가 다소 성장했다면 그 요인을 빼버린다. 만약 새 장비나 기계의 구입 같은 자본지출이 원인이라면 그것도 뺀다. 이런 식으로 분명한 변수를 전부 제거했는데도 아직도 뭔가 경제성장률 증가에 기여한 요인이 남아있다면, 그게 바로 생산성 증가의 '다요인' 내지 '총요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생산성 증가의 요인에 관해 교육 향상, 기술 혁신, 경영 개선, 나태 방지 등 다양한 이론을 펼친다. 그러나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선 그런 이론은 대개 추측일 뿐이다.
사실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란 기업마다 또는 년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이 '생산성'이라는 괴물의 본질이다. 우리는 이해가 미흡하고 측정이 어려운 경제성장 요인들을 생산성이라는 용어로 싸잡아 묘사한다. 이 때문에 누군가가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특정 의제를 들고 나오면 일단 엉터리 약장수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조지프 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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