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교육, 그리고 의료 분야에서는 능력 있고 동기 충만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질 수 있는 자유롭고 고무적인 환경을 마련해줄 때 최고의 기량이 발휘되고 질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이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학자, 교수, 교사, 의사들에 대해 업무태만을 의심하고, 코앞에 당근을 흔들거나 채찍을 휘들러야만 좋은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검은 양으로 보는 태도는 생산성을 저해하는 일이다.
첫째, 당근과 채찍은 원래 재능과 동기를 겸비한 사람들에게서 내적동기를 몰아내므로 진정으로 훌륭한 성과는 점차 그 자취를 감추고 만다.
둘째, 아무리 큰 당근으로 유혹하고 무서운 채찍으로 위협해도 어차피 능력이 부족하거나 동기가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높은 기량을 끌어낼 수 없다. 당근과 채찍이 이끌어내는 것은 불필요한 논문, 프로젝트, 또는 검사의 형태로 생산되는 허튼짓뿐이다. 이리하여 계량이 가능한, 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섭스레기만 쏟아져 나오고 양질의 결과물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물론 검은 양 몇 마리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이들 검은 양이 단지 게으르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한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검은 양이 늘어나는 일을 막거나 그 수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면 굳이 흰 양들까지 모두 불러 모아 경쟁을 붙일 필요는 없다. 통계가 아니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고 질적으로 수준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다. 통제는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관찰한 결과 검은 양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 죽은 경제학자의 망할 아이디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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