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학

전문화의 유형

팔락 2012. 2. 23. 11:16

전문화의 유형

새로운 전문화로 등장한 핀 만드는 사람과 과학자에서 보듯이, 여러 전문화가 일어나는 범위가 광대하고 그 전문화들 사이에 생기는 차이는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리틀러가 명쾌하게 분석했듯이(Littler 1982:6-11) 논점을 공평하게 하자면 궁극적으로 추가 기준을 반드시 포함시켜야겠지만, 여기서 나는 그 차이를 정반대되는 단순한 성질로 소개하겠다. 전문화로 초래되는 노동생활의 장점을 찬양하는 사람들은(예를 들면 뒤르껨처럼) 핀 만드는 사람의 노동을 찬양하지 않는다. 제6장에서 알게 되겠지만 그런 종류의 전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생산성의 증가로 칭찬받아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겪는 전문화의 영향 때문에 유감으로 생각되었다. 찬양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스페셜리스트와 전문화이다. 다시 말하면 숙련 노동자에 의한 장인기예(종종 일류 노동자로 감동스럽게 묘사된다)들이다. 한편 스미스는 “직업 … 높은 지위 혹은 돈 많은 사람들〔의〕 … 〔그것은〕… 단순하고 일정하지 … 않다 …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아주 복잡하고 손보다 머리를 더 쓴다(1976b:305).”고 설명한다.

 

노동을 하는 사람과 노동의 생산물을 소비하는 사람에게 아주 다른 영향을 끼치고 아주 다른 노동의 질을 나타내는 양대(兩大) 유형의 전문화가 뚜렷해 보인다. 한편으로 스미스의 핀 만들기 과정의 여러 부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서 볼 수 있는 전문화의 유형이 있다. 이 유형의 전문화는 마르크스와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자에 의해 ‘노동의 상세 분업’으로 불린다. 이것은 비실제적이고 의미가 엄밀하지 않은 구절로 지식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식 생산의 역사적 환경아래에서 체계화된 공장의 반숙련 노동자에 의해 수행되는 노동을 특징짓는 데 주로 쓰인다(하지만 국가사회주의 국가들도 역시 공장의 생산을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체계화한다).

 

이 말은 임무가 너무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성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임무를 전적으로 수행한다는 뜻을 전파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실제로 19세기에 성인이 아니라 심지어 어린이에 의한 예가 있기도 했다. 이런 유형의 전문화는 영어로 보통 ‘반숙련semi-skilled 노동’으로 부르며, 노동자는 수행되는 임무 혹은 수행될 수 있는 방법을 변화시킬 기회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고 한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의 형용사인 ‘미세한minute’ 그리고 ‘상세한detailed’은 이런 유형의 전문화가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특징을 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신 나는 ‘기계적’과 기계적mechanical 전문화 용어를 사용하겠다. 폭스(Fox 1974:16)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임무의 범위가 협소한, 미세한, 혹은 상세한지 여부를 떠나 그 임무의 수행은 개인의 재량이 최소화되도록 특별히 조직된다.

 

기계적 전문화에 반대되는 것은 재량적discretionary 전문화라 할 수 있다(Friedmann 1964:85-8 참조). 이것이 다른 전문화와 구별되는 점은 임무가 아무리 협소한, 미세한, 상세한, 혹은 ‘전문화’된 영역을 포함하더라도 그 임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재량이나 참신한 판단이 반드시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례이든 간에(그리고 그것은 견해상의 문제일지 모른다), 개별 사례에 나타나는 변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임무와 임무수행의 결과는 불확정성을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Jamous와 Peloille 1970; Boreham 1983 참조).

그리고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인은 확실히 아주 기계적일 수 있는 판에 박힌 일을 하겠지만, 그들은 판단과 행동에 재량이 요구되는 개별 상황 때문에 틀림없이 판에 박힌 일을 바꾸려는 필요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노동은 혁신을 일으키며 독창적으로 바뀔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그래서 아담 스미스가 말한 핀 만들기와 구별된다.

 

이것은 내가 서양의 철학에서 오랜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사이의 구분을 단지 상투적으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Applebaum 1992; Tilgher 1958 참조). 그리고 이 구분은 벌써 인용했던 상위 계급의 전문화된 ‘직업employments’에 대한 아담 스미스의 진술에도 포함되었다. 또한 이것은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자에 의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무비판적으로 사용되면서 중요한 상징적, 계급적, 인지적, 분석적 구분을 뒤섞어버렸다. 확실히 수작업 혹은 신체노동에 정신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은 틀리다. 왜냐하면 혹시 있다 해도 아주 극소수의 인간 노동만이 상징화와 사고력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의 기초는 몸 대신 정신을 사용한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의 노동에 쓰인다고 생각되는 지식과 사고의 종류가 각기 있다는 것이다.

기계적 전문화는 일차적으로 분명히 정상적 성인이 일상생활에서 배우는 지식과 개념이 필요하다. 한편 재량적 전문화는 특별한 훈련을 통해 얻는 지식을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점이 훈련받은 실천자는 전문인 혹은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고, 핀 만드는 사람은 그렇게 불리지 않는 이유이다. 정신적과 육체적 노동을 분명히 구분하고 노동과 전문화의 개념을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서 노동의 실행 지침으로 사용되는 지식과 숙련의 상이한 종류에 대한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

 

출처: 프로페셔널리즘(엘리엇 프라이드슨, 박호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