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블랙 코미디들

팔락 2011. 6. 29. 12:54

한의약육성법에 대한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 참고인 진술에서 한의사 출신의 한방정책관이 국회에서 IPL(intensive pulsed light)을 한의사들이 사용할 근거를 묻는 질문에 '황제내경'을 그 증거로 들었다.  "IPL은 자연광 치료기로 황제내경에 보면 자연광, 태양광 등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현대학적으로 개발해서 나온 것으로 IPL과 같은 현대학적 개발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 한의사들이 과학적 기기인 IPL 사용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한의학적인 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반증(反證)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코미디다.

 

* 과학적 근거를 과학과는 전혀 동떨어진 황제내경에서 찾은 것은 코미디다.

 

* 한의사들 스스로 한의학(韓醫學)은 중국의 한의학(漢醫學)과는 다르다고 선언하고는 그 증거를 중국의 황제내경에서 찾다니 역시 하나의 코미디다.

 

* 그 해석이 원전의 내용과 다른 작의적인 것도 코미디다.

 

* 그런 엉터리 진술을 듣고도 한 마디 질문이나 의심도 없이 이를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의 자질도 코미디다.

 

* 과학에 관해 무지한 국회의원들이 과학자들에게서 자문하나 구하지 않고 과학의 의미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행동들도 코미디다.

 

* 이런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과학계나 의학계의 행동도 코미디다.

 

*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코미디는, 사실상 정부에서 IPL이 한방에서 유래됐다고 인정한 셈이 되는 것이다.

 

# 문제는 이런 코미디들이 술집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면 국가의 장래와는 상관없지만,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에서 벌어졌고, 그것이 법으로 제정되면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민도를 반영한다는 말을 곱씹어보면 참으로 씁쓸함을 면할 수 없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매몰비용, 기회비용 포함)이 소요될까를 생각하면 참 답답하다.

 

# 참고 ; IPL(intensive pulsed light)은 1993년 미국의 ESC Medical 회사에서 Photoderm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 되었고, 1995년 색소성병변, 노인성반점, 등의 치료로 미국 FDA에 승인을 받았으며 그 후 1996년 혈관병변에 대한 치료, 1997년에는 제모로도 승인을 받은 치료로서 ① 혈색소, 멜라닌 색소, 진피 콜라젠 등 확실한 병소와 물리적 병변을 치료대상으로 하고 있고, ② 광피부재생술, 선택적광열분해 이론 등 현대의학적 원리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대정신  (0) 2011.12.31
합리주의 요약  (0) 2011.07.25
의사의 도덕성  (0) 2011.06.25
현대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간단한 사고 실험  (0) 2011.06.18
프로페셔널리즘의 정신  (0) 201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