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간의 뇌

팔락 2011. 6. 28. 17:14

생물학이 넘어야 할 높은 산들 중 두 가지를 꼽으라면 뇌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행동의 생물학적 근거를 이해하는 것이다. IBM의 컴퓨터 과학자 에머슨 퓨는 이것이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 다음처럼 설명한 바 있다. "사람의 뇌가 상당히 단순하여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면, 거꾸로 우리는 너무나 단순한 존재들이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학자들은 뇌의 특정 영역들이 시각, 운동, 인지 기능에서 각기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연구해왔다. 포유류 및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물론 사람도 포함되었다. 우리 뇌의 제일 윗쪽에는 대뇌피질이 있다. 뇌 대부분을 덮고 있는 신경 조직층이다. 그 층 한쪽에 여섯 겹으로 이루어진 신피질이 있는데, 이는 포유류만 갖고 있는 구조이다.

 

사람의 피질은 몇 개의 엽으로 나뉜다. 뇌 표면에 난 울룩불룩한 홈과 둔덕을 기준으로 임의로 나눈 것이다. 신경생물학자들은 어느 엽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확인하고자 노력해왔으며, 비교적 성공을 거둔 편이다. 전두엽은 사고, 계획, 감정에 관계하며, 두정엽은 고통, 촉감, 미각, 온도, 압력 감지와 수학 및 논리 작업에 관계한다. 측두엽은 주로 청각에 관계하지만 기억이나 감정 처리에도 관여한다. 후두엽은 시각 정보 처리에 관계하며, 변연계는 감정, 성적 행동, 기억 처리에 관계한다.

 

현재의 구조는 훨씬 앞서 벌어졌던 많은 발명들의 누적 결과라는 사실이다. 물론 포유류의 뇌는 그전의 뇌들보다 낫지만, 초기 영장류의 뇌는 포유류가 닦아둔 기반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며, 유인원과 인간의 뇌 진화는 그렇게 발전한 영장류의 토대 위에서 이뤄진 것이다.

 

초기의 발명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당연히 포유류의 신피질 발명이다. 신피질은 뇌의 처리 능력을 배가시켰을 뿐 아니라 특정 기능들을 담당하는 하위 구조로 전문화할 길을 열어주었다. 포유류의 뇌 크기가 서로 다른 것은 뇌의 모든 부분이 일정한 비율로 커지거나 작아진 탓이 아니다. 오히려 뇌는 '모자이크'식으로 진화했다. 뇌의 하위 부분들은 서로 협력을 주고받긴 하되, 기본적으로는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즉 모듈식으로 각자 진화해온 것들이 합쳐진 것이다.

 

인간의 진화 내용은 뇌의 '미시구조'에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피질 영역들 간의 상호연결, 국지적 배선 회로의 설계구조, 피질 내에서 뉴런의 배치 같은 측면들 말이다. 일례로 측두평면의 수직 뉴련 기둥들의 차원은 침팬지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상당하다.

 

인간 선조 뇌의 몇몇 전문 영역들이 발생할 때 뉴런들의 수, 배치, 연결이 진화적으로 조정된 것, 그것이야말고 인간 능력의 기원을 낳은 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