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진화적 혁신의 네 가지 비밀

팔락 2011. 6. 28. 11:40

진화적 혁신의 첫번째 비밀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동원해 작업한다는 점이다. 거미의 방적돌기는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고, 척추동물의 날개는 사지동물의 등이나 옆구리에서 새롭게 자라난 것이 아니었다. 대신 모두 기존에 있던 구조의 변형판이었다.

 

프랑수아 자콥은 <진화와 땜질>이라는 에세이에서 자연을 땜질하는 수선공에 비유했다. 손에 닿는 재료들을 모아 뚝딱뚝딱 만들어낸 뒤 영겁의 시간을 거치며 끝없이 개량하고 고치는 수선공이다. 사전에 그려둔 계획도와 전문적 도구로만 작업하는 기술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오래된' 유전자들이 거듭 다른 방식으로 재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번째와 세번째 비밀은 다기능성과 중복성이다. 이것을 제일 먼저 지적한 사람은 다윈이었다. 여러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가 있는데 그것이 여러 개 중복되어 존재한다면, 그때 노동 분업을 이루어 서로 다른 구조로 전문화될 여지가 생긴다.

 

혁신의 네번째 비밀은 모듈성이다. 모듈성 덕분에 각 신체부속들은 다른 부속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변형되거나 전문화될 수 있었다. 가끔은 엄청나게 극단적인 결과고 나타나곤 했다.

 

동물 성체의 해부학적 구조가 모듈성을 띠는 것은 배아 지리가 모듈성을 띠고, 스위치라는 유전논리가 모듈성을 띠기 때문이다. 스위치는 특정 구조에서만 선택적으로 진화적 변화를 가능케 하는 도구이다. 스위치야말로 모듈성의 비밀이 간직된 곳이며, 모듈성이야말로 절지동물과 척추동물의 성공의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