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간 본성의 생물학적 기원2.

팔락 2011. 6. 6. 11:58

인간 본성의 일반 형질들은, 다른 모든 종들의 형질이라는 거대한 배경 앞에 놓고 보면 유한하며 특이해 보인다. 그러나 더 많은 증거들은 수많은 상투적인 형태의 인간 행동들이 일반 진화론에서 예측한 대로 포유동물의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영장류의 특징에 해당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인 사회 생활과 정신적 특성을 볼 때, 침팬지는 이전에는 비교 자체가 부적당하다고 여겼던 영역들에서도 인간과 거의 같은 등급에 놓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인간과 가깝다. 이런 사실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유전적 토대 위에 있다는 가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행동이 근연 관계에 있는 종들과 공유하고 있는 일부 유전자와 인간 종 고유의 유전자로 조직된다는 가설과 일치한다.

 

한편 이런 사실은 수 세대 동안 사회과학의 주류를 차지해 온 경쟁 관계에 있는 가설, 즉 인류가 전적으로 문화에 토대를 두는 수준까지 자신의 유전자로부터 탈출해 왔다는 가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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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면,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운 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학적 증거들의 포화 앞에 굴복하는 진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행동 유전자들은 아마 감정적 반응의 형태와 강도, 흥분 역치, 특정한 자극의 학습 용이성, 문화적 진화를 특정한 방향으로 지시하는 부차적인 환경 요인들에 대한 감수성 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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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생물학적 통일성을 믿어야 한다고 강요당하지 않는다.

 

사회학자인 마빈 브레슬러(Marvin Bressler)는 이개념을 정확히 표현했다.

 

"생물학적 평등을 인간 해방의 조건이라고 교리를 통해 호소하는 이데올로기는 자유의 개념을 부패시킨다. 게다가 그것은 도덕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미래의 과학 탐구 과정에서 어떤 '불편한' 발견들이 도출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게 만든다. 이런 반지성주의는 아마도 필요 없기 때문에 이중으로 쇠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희망과 자긍심 그리고 절망하지 않는 것이 유전자 다양성의 궁극적인 정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2개 이상의 종이 아니라 단일한 종, 매 세대마다 유전자의 유동과 혼합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교배 체제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세대를 거쳐 내려온 인류는 바로 그 거대한 흐름을 통해 성별과 가족과 전체 집단 간에 단일한 인간 본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간 본성 내에서는 비교적 작은 유전적 영향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턴들을 통해 재순환되고 있다.

 

-- 인간 본성에 관하여 중에서. 에드워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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