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블랙 스완

팔락 2010. 4. 8. 12:34

일방적인 준회의주의에 대한 이러한 아이디어를 처음 개진한 사람은 칼 포퍼다. 아마도 포퍼는 현실 세계의 배우들에 의해 실제로 읽히고 논의되는 유일한 과학철학자일 것이다.(그에 비하면 강단 철학자들은 좀 심드렁하게 여긴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내 서재의 벽에는 포퍼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이 사진은 뮌헨에서 만난 에세이스트 요헨 베그너가 선물로 준 것이다. 그 역시 나처럼 포퍼를 현대 사상가들 가운데 `우리와 통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포퍼는 다른 철학자들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쓴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불확실성이야말로 자신의 전공과목임을, 그리고 불완전한 정보라는 조건 아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지고하며 가장 긴급한 우리 인간의 목표임을 명심하고 있는 경험주의적 의사결정자들이다.

포퍼는 이 비대칭과 관련하여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반증(反證)`이라는 기법을 토대로 방대한 이론을 제기했다. 반증 기법은 포퍼의 사상에서 가장 흥미롭거나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은 즉각 그 절차들을 꼼꼼하게 뜯어보기 시작했다.

지식의 비대칭성에 대한 이러한 아이디어는 현업 종사자들에 의해 열렬히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들이 일을 해나가는 바로 그 방식이었다.

칼 포퍼가 기저귀를 차던 시대에 활약했던 찰스 샌더스 피어스라는 철학자(그는 마치 예술가처럼 사후에야 인정을 받게 된다)도 검은 백조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둘을 하나로 묶어 피어스-포퍼 접근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포퍼의 `열린` 사회 개념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독창적인 사상인데, 이 개념도 규정적 진리를 거부하고 배격하는 절차로 회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는 내가 프롤로그에서 기술했던 논증에 따라 인간의 정신을 폐쇄적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플라톤을 지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포퍼의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는 세계의 근본적이고 철저하고 치유 불가능한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통찰이다. 이에 대해서는 `예측`을 다룬 장을 위해 보류해두겠다.  

                   ~~ 블랙 스완 중에서 ~~

검은 백조(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의 출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를 월가의 이단자에서 `현자`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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