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죽음의 메커니즘

팔락 2011. 3. 16. 16:12

일단 생식 세포와 체세포로 된 생명 주기를 갖고 있으면 불멸성은 생식세포에게 양도된다. 이것은 체세포에게 생식체를 만들 의무를 면제하고 생식체를 전달하는 전략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생식체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다세포 진핵생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신체 기관들은 생식세포의 전달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죽게 되어 있다. 우리의 뇌도. 따라서 우리의 정신은 나머지 체세포와 함께 죽게 되어 있다. 이때 우리는 인간 존재의 핵심적인 아이러니의 하나에 도달한다. 즉 지각력 있는 우리의 뇌는 자기 죽음의 전망에 대한 깊은 실망과 슬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뇌의 존재는 바로 생식세포와 체세포를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죽음을 발명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죽음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 의미가 있다. 죽음이 없는 성(性)은 단세포 해조류와 균류를 만든다. 다세포 동물은 다 죽는다. 죽지 않으려면 단세포 해조류나 곰팡이 박테리아로 살면 된다. 우리가 다세포동물인 이상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은 나무, 조개, 새, 메뚜기가 되기 위해 치른 대가이다. 나의 육체적 삶은 다가오는 죽음이 만든 경이로운 선물이다.

 

--세포행물학자 구디너프의 <자연의 신성한 깊이, 존재의 기원과 의미에 관한 명상적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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