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와 미망

대중의 지혜와 미망

 

프랜시스 골튼의 경험

 프랜시스 골튼은 영국의 통계학과 유전학의 대가였으며, 인체측정학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의 평균 지력은 거의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907년 골튼은 영국 서부의 가축·가금류 품평회장을 방문했다. 골튼은 그날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를 목격하게 되었다. 살찐 소 한 마리가 무대 위에 올려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소의 무게가 얼마나 될지 내기를 하려고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소가 도살되어 손질된 상태의 무게를 추측하는 게임이었다). 참가한 사람들은 한 장에 6펜스씩 하는 티켓을 사서 이름과 주소, 추정치를 적어냈다. 그 중에 가장 근접한 수치를 적어낸 사람이 상금을 타게 되어 있었다.

 

 내기에 참가한 사람들은 800명에 달했다. 참가자들의 직업과 지식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푸줏간 주인이거나 농부였다. 그런 사람들은 가축 무게를 판단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소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후에 골튼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이런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수많은 비전문가들이 경마에 뛰어들었다. 그 중에는 말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신문기사나 친구들이 하는 말만 듣고 돈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아무 생각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말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골튼은 그 사실을 민주주의와 연관시켜 생각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능력과 관심사가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한 표씩 행사한다. 내기 참가자들의 평균 추정치가 소의 무게와 거의 같다면 유권자들은 정치 문제에 대해 투표할 때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다.

 

 골튼은 평균 유권자들의 무능력함을 밝혀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소 무게 맞추기 게임을 실험 기회로 삼기로 했다. 내기가 끝났을 때 그는 진행자에게 티켓을 전부 넘겨받아 통계를 내보았다.(판독이 어려운 13장을 제외한 787개 티켓을 분석했다)

 

 골튼은 사람들이 써 낸 추정치의 평균값이 실제 값과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부 현명한 사람과 보통 사람, 우둔한 사람들을 섞어놓았으니 그 집단은 반드시 잘못된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빗나간 것은 골튼의 판단이었다. 사람들은 소가 도살되고 손질된 상태에서 1197파운드가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소의 무게를 측정하자 1198파운드가 나타났다. 아무 기준도 없이 모인 군중의 판단이 완벽했던 것이다.

 

골튼은 후에 그 결과를 보면 민주주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신뢰할 만한 구석이 있다고 썼다.

 

* 예로부터 사람들은 무리지어 생각한다고 했다. 군중은 집단적으로 미쳤다가 나중에야 천천히 지각을 되찾게 된다. - 찰스 멕케이

* 개인은 누구든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집단의 일원이 되면 바로 바보가 된다.

-철학자 버나드 바루크

* 대중의 지적 수준은 최악이다. 그 집단의 일부 우수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데이비드 소로

* 광기어린 개인은 드물지만 집단에는 그런 분위기가 항상 존재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 집단 내에 쌓여가는 것은 재치가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집단은 높은 지능이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소수 엘리트보다 언제나 지적으로 열등하다. -구스타프 르봉

 

# 이처럼 대중의 지혜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는 이유는 대중의 판단이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뛰어난 집단적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필수 요건이 필요하다. 다양성, 독립성, 그리고 특정한 형태의 분산화가 그것이다.

 

 집단은 특정 환경에서는 좋은 결과를, 어떤 조건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 집단은 질서와 단결을 위해 일반적으로 규칙이 필요하지만, 그 규칙이 잘못 적용되는 경우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울 때 집단은 그로부터 이점을 얻는다. 하지만 과도한 의사소통이 역설적으로 집단의 지혜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다양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는 집단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 합의나 타협이 아닌, 의견의 불일치와 경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수한 집단은 구성원들에게 개인의 의견을 바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다. 대신 우수한 집단은 특정인이 아닌, 모든 사람의 생각을 종합한 집단적 판단을 해내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현명한 집단을 만들어 내는 최고의 방법은 각 개인들이 가능한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대중의 지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