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이 출현하기 이전, 우리가 `스테이지 제로(Stage zero)`라고 부르는 시기에는 모든 것을 거의 손으로 해야만 했다. 우리는 직접 편지를 쓰고, 계산자로 셈을 하고, 카본지로 복사를 했다. 이 산업에서 스테이지 제로 시기에는 활동이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현대적` 기술이 어떤 산업에 등장할 때는 종종 품질과 비용, 속도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달성시키는 장비는 보통 너무 복잡하고 비싸서 상당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기관단체만이 그 장비를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다.
희소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경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해당 산업의 활동은 `중앙화` 되는데, 이것은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과 장비가 있는 중심지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가져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이 중앙화된 해결방식의 비용과 불편함은 파괴적 혁신가들이 문제해결 능력을 `탈중앙화`시킬 방법을 찾게끔 하는 자극제가 된다. 탈중앙화가 되면, 해결하려는 문제를 중심지로 가져가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발전된 해법이 문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예를 들어, `장거리 통신` 산업의 스테이지 제로 시대에는 우리가 편지를 쓰면 철도나 역마차, 보트를 통해 배달되었다. 이어서 전보가 등장하면서 우편에 비해 통신이 더 빨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가까운 전신국에 메시지를 들고 가야 했으며, 거기에서 일하는 숙련된 교환원이 모스 부호를 이용해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 마침내 유선 전화가 개발돼 집에서 장거리 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우리를 대신해 전문가가 일을 처리하는 중심지로 갈 필요가 없어졌고, 그저 집에 들어가서 스스로 하면 되었다. 오늘날에는 휴대전화가 개발돼 우리가 어디에 있건 통신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더 이상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
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교육, 전기통신, 은행, 인쇄,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초창기 기술을 실행하는 작업은 비싸고 복잡해서 중앙화되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중앙화된 제품과 서비스들이 그 성능과 신뢰도 측면에서 향상되면서 `제1의 물결`이라고 부르는 성장의 큰 파도가 만들어진다. 그러고 나서 `제2의 물결`, `제3의 물결` 등 연속적인 단계의 파괴를 통해 이 해결책들은 탈중앙화되는데, 기술이 더 많이 확산되고 더 저렴해지고 편리해짐에 따라 단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병원과 같은 보건의료 전달조직도 동일한 패턴을 경험할 것이다. 스테이지 제로 시기에, 의료는 왕진을 다니는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집에서 제공했다. 첫 번째 성장 물결을 통해 의료산업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중앙화되었으며, 시설을 건립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전문가들이 있는 장소로 우리의 질병을 가져가야만 했다. 그러나 병원산업은 점차 다시 탈중앙화되고 있다. 미래의 성장 물결은 과거 병원에서 해야 했던 일 중 가장 단순한 것 들을 다루는 외래 클리닉과, 과거 외래 클리닉에서만 가능했던 일들 중 가장 단순한 것들을 다루기 시작한 의원의 진료실에 있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며, 하나둘씩 환자를 다음 단계의 성장 물결로 끌어들일 것이다.
-- 파괴적 의료혁신 중에서
'사회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중의 지혜와 미망 (0) | 2011.01.06 |
---|---|
공공재(公共財) 산업에서의 정부 개입의 역사 (0) | 2011.01.05 |
[광화문에서/신연수]인재를 쫓아내는 ‘나쁜 리더’들 (0) | 2010.12.27 |
[김순덕 칼럼]‘곽노현 쿠데타’ (0) | 2010.12.27 |
사업 모델이란? (0) | 2010.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