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스웨덴식 복지모델 - 분석

팔락 2010. 7. 3. 15:53

스웨덴식 복지모델 - 분석

민경국 | 2006-10-13 | 매경이코노미 | 조회수 : 2,897
'작은 거인’ 또는 '스웨덴의 신비(The Sweden Myth)’라는 등 스웨덴 복지모델만큼 칭찬받던 모델도 매우 드물다. 광범위한 복지를 달성하면서도 세계 경제의 최정상을 차지할 만큼 성장을 가져온 모델이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복지모델이 심판대에 올라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시장 친화적 정책을 내세운 우파연합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 스웨덴의 번영은 자유시장경제 탓 ■
스웨덴은 1950년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성장은 복지모델 때문이 아니라 친(親) 시장경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가 또렷하게 입증한다.
1870년대 이후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에 속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었다. 노동시장도 유연했으며 기술교육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광범위한 경제활동의 자유도 대단히 많았다. 그 결과 기술혁신과 경제의 역동성은 눈부실 정도였다. 이런 호황기에서도 정부지출은 국내총생산액(GDP)의 10% 미만이었다.
1930년대부터 스웨덴 경제는 자유시장경제를 박해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시장경제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기업 활동에도 큰 제약이 없었다. 실업보험의 역할도 미미했다. 자유무역이 철저히 지켜졌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GDP 대비 정부지출은 미국(15%)보다도 낮았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였다.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스웨덴 경제를 세계 수준의 번영으로 이끈 것이 1870년대부터 100년간 지속적으로 가꿔온 시장경제였다는 점이다. 1950년대만 봐도 5% 이상의 연평균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고용은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웠다. 스웨덴은 '유럽의 홍콩’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문제는 1960년대 중반 이후다. 100년간의 공든 탑이 무참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성장은 급격히 추락해 20년 가까이 연평균 1% 내외였다. 90년대 중반에는 결국 경제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실업률은 10% 이상으로 급상승해 2006년 현재 17%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의 홍콩’이라는 명예가 무색해졌다.
이런 경제 침체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명하다. 친(親) 노동정책, 관대한 복지정책과 높은 세율을 특징으로 하는 스웨덴의 복지모델 때문이다.
스웨덴 모델에서 중요한 것이 친(親) 노동정책이다. 해고금지, 평생고용제를 도입했다. 직종, 기술 수준,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노임의 격차를 줄였다. 동일 노동, 동일 노임이 그것이다. 노동자가 자본가와 함께 경영에도 참여하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도 도입했다. 이 모든 것은 스웨덴 노동시장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가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친 노동정책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치명적이다. 일자리 창출과 신규 고용이 중단됐다. 그 대신 기업들은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에 열중했다. 60년대 말 이후 거의 40년 이상 민간기업의 고용이 드물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과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에 국가가 대신해서 나서기 시작했다. 철강산업, 조선산업, 그리고 섬유산업을 국유화해 고용확대정책을 추진했다. 실업자 구제를 위해 공무원 수도 늘리고 공공부문도 확장했다. 공공부문 고용이 전체 고용의 40%를 육박했다. 낙후된 산업부문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고용 유지를 위한 중요한 정책이었다.
■ 번영을 갉아먹은 스웨덴 복지모델 ■
복지정책을 위한 시민들의 재정적 부담은 스웨덴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갔다. 전 직장 월급의 85%를 지급하는 실업수당, 관대한 병가와 유급휴가는 일할 의욕을 떨어뜨렸다. 풍부한 복지정책은 실업도 '괜찮은 직업’으로 만들었다.
과도한 복지는 과도한 세금을 요구한다. 평균 노동자의 소득세도 50%나 된다. 여기에다 간접세까지 합하면 조세부담은 60%를 훨씬 넘는다. 80년대에는 최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이 80%였다. 고율과세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일할 의욕, 저축할 의욕과 기술을 습득할 의욕, 재교육을 받을 의욕이 떨어졌다. 복지국가는 근면과 추진력, 진취성 등 수백 년 동안 축적된 도덕적 자본까지도 갉아 먹었다.
복지재정을 위한 기업들의 부담도 허리가 휠 정도다. 이윤의 반 이상은 국고로 들어갔다. 때문에 기업들은 국내 고용을 멈추고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에만 열중했다. 70년대 이후 스웨덴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신규 기업의 시장진입이 없었다. 사실상 오늘날 스웨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50대 대기업들의 대부분은 50년대 이전에 생긴 기업들이다.
복지국가는 공공부문의 증대를 야기했다. 50년대까지만 해도 GDP의 15% 내외이던 정부지출이 60% 이상으로 급증했다. 정부를 부자로 만든 것, 공무원만 살찌게 만든 것, 이것이 바로 스웨덴 복지모델이다.
평등분배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게 복지국가의 목표다. 그러나 복지국가는 평등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민층을 괴롭힐 뿐이었다. 친 노조, 고율과세는 투자 위축과 물적·인적 자본의 해외 탈출로 국내 일자리 창출을 막았다. 그 피해는 여성 근로자, 노년층 근로자, 미숙련, 그리고 청년 근로자의 몫이다. 스웨덴의 청년실업(27.5%)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스웨덴 신정부의 과제 ■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델은 동유럽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뒤이은 또 다른 '거대한 사회공학’이었다. 정부에게 규제와 계획을 맡기면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1974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치명적 자만’이라는 것이 들통났다.
스웨덴식 복지국가는 경제적 번영도 달성하지 못하고 사회 빈곤층에게 피해만을 줄 뿐이라는 것이 판명됐다. 부의 창출과 빈곤층 삶의 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유시장경제라는 것도 드러났다. 따라서 스웨덴의 총선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이제 스웨덴의 새로운 정부는 60년 동안 쌓아온 복지제도를 서서히 걷어내야 할 것이다. 우파연합은 선거기간 동안 복지모델 개혁을 약속했다. 그 약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관대한 실업수당을 65%로 줄이는 일이다. 최고 60%에 달하는 소득세와 법인세 삭감도 약속했다. 그리고 엄격한 장기 병가조건을 확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소유 기업의 민영화도 은행의 민영화도 급하다. 값비싼 의료·연금보험도 수술대에 올려야한다.
이제 스웨덴은 50년대 이전 '유럽의 홍콩’이라 불렸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역사적인 첫발을 디뎠다. 새 정부의 결의도 대단하다.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다.  
■ 스웨덴 총선의 영향은? ■
스웨덴 총선에서 복지 축소와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운 중도우파가 승리한 사실은 스웨덴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다른 유럽의 국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특히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는 법인세 감면, 실업수당의 축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한 개혁을 계획하고 있다. 스웨덴 우파의 승리는 메르켈 수상에게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힘을 줬다.
연금 개혁,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나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도 스웨덴의 총선 승리와 앞으로 펼쳐질 개혁의 전개 과정에 주목할 것이다. 그들의 개혁도 스웨덴의 우파 승리로부터 힘을 받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다. 스웨덴 총선이 한국 경제에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제 스웨덴의 복지모델은 죽었다. 죽은 모델이 한국 경제의 활로가 될 수는 없다. 한국 경제의 길도 자유시장경제다. 스웨덴의 총선은 한국 경제의 진로가 스웨덴 모델과 같은 복지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교훈이 스웨덴의 총선이 한국 경제에 주는 역사적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