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종적이며 절대적인 확실성을 지닌 지식을 이성의 정신적 눈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같은 지식관은 오늘의 과학적 지식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학적 지식에 있어서는 절대적이며 최종적인 지식은 없으며 오직 시혐에 의해 확증된 가설과 이론이 있을 뿐인데, 이것은 새로운 경험적 사실에 의해 언제라도 수정되거나 제거될 수 있는 잠정성을 지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주의적 정의론은 중세에 만연되었던 스콜라주의의 원천이 되었을 뿐 아니라 말장난에 의해서 진리가 탐색되리라고 보는 현대의 모든 사상의 원천을 형성하였다. 이와같이 본질주의는 말장난을 촉진시켰을 뿐 아니라, 논증에 대한 환멸감을 불러일으켜 놓았다. 논증에 대한 환멸감은 바로 理性에 대한 불신을 낳아 놓았다. 플라톤이 자유에 대한 반역을 낳아 놓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에 대한 반역을 낳아 놓았다.
독일의 관념론 철학자들인 피히테, 쉘링, 헤겔은 모든 종류의 합리적 논증을 내동댕이쳐 버린 낭만주의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을 받아들이든가 내버리든가 하는 것뿐이다. 이들은 합리적으로 무엇을 차분히 말하려 하기 보다는 사람을 홀리려고 하였다.
희랍철학은 페리클레스와 소크라테스, 그리고 데모크리토스 등의 <위대한 세대>의 전통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이 두 전통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는데, 서양의 사상적 흐름에 있어서 전자는 이성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사상적 흐름과, 후자는 전체주의의 닫힌사회와 연결된 사상적 흐름과 그 이후의 맥락을 같이 한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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