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시대’ 가고 ‘공감의 시대’ 온다.
《 유러피언 드림은 한 개인이 자율적인 고립 상태에서 홀로 번창하는 게 아니라, 공유된 사회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의 깊은 관계 속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감의 시대(제러미 리프킨·민음사·2010년 》
‘노동의 종말’(1995년), ‘소유의 종말’(2000년)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이 2010년 선보인 신작은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였다. 그는 이 책에서 적자생존과 부(富)의 집중을 가져온 경제 패러다임이 끝나고 공감(empathy)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감의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했다.
“유전학에서 거울신경세포를 발견함에 따라 인간은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개념적 추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전문 기자들은 이 거울신경세포에 ‘공감 뉴런(empathy neuron)’이란 별칭을 붙였다. 공감 의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다.”
200만 명 이상을 상대로 한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상사의 배려를 돈이나 그 밖의 혜택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많은 연구를 통해 직장 내 생산성은 동료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 가고 ‘유러피언 드림’이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개인의 자율성과 기회를 중시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물질적 이익을 강조했다면,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창의력과 경제적 기회를 소홀히 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문제도 중시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21세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에서 윈윈 전략으로, 폐쇄성에서 투명 경영으로, 이기적 경쟁에서 이타적 협업으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신수정 기자
# 비판
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울 세포의 발견은 아주 중요하고 위대한 업적임에 분명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감에는 거울신경세포외에도 많은 뇌영역들(최소한 열군데 이상)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진화의 과정 중 오랜 기간을 소규모의 집단생활을 영위해 왔고 이에 적응해 옴으로써 공감의 영역에 한계를 줄 가능성이 높다.
즉, 가족이나 친척 또는 소규모의 내집단에 대해서는 공감을 갖는 능력이 발휘되나 이를 넘어서는 사람들에게서는 공감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인간은 직접 당하거나 옆에서 보는 등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공감을 느끼기가 쉽지만 추상적인 존재에 공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멀리 아프리카나 남미의 어떤 다수의 사람들이 큰 곤경에 처해 있다고 우리의 마음에 크게 와 닺지 않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즉, 이성적으로는 그들의 불행을 안타까워 하지만 큰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 황하의 홍수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보다 당장 내 손가락의 가시가 더 고통스럽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물론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강조한 말이지만 공감의 부족을 설명하기도 한다.
진화적으로 한계가 주어진 공감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은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단계를 밟아 꾸준히 제도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할 일이지 당장 인간의 공감능력을 믿고 정책을 한꺼번에 바꾸거나 사회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을 내포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에 관한 생물학적 기제가 일부 밝혀졌지만 그 발견으로 인간의 공감능력이 더욱 향상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공감의 능력은 그 원인을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관계없이 인간의 삶과 함께 있어왔고 그 본성이 개인이나 사회생활에 반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러니 공감의 생물학적 기제가 일부 밝혀졌다고 크게 호들갑을 뜰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인간의 지식이 늘어났으며 우리 스스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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