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이야기
보리를 싹틔워 만든 맥아(麥芽)로 맥아즙을 만들고 여과한 후 홉(hop)을 첨가하여 맥주효모균으로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을 함유한 음료이다.
한국 주세법에서는 맥주를 발효주로 규정하고 있으며 “맥아 및 홉(홉 엑스를 포함한다)과 백미 ·보리 ·옥수수 ·고량(高梁) ·감자 ·녹말 ·당질 ·캐러멜 중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것과 물을 원료로 발효시켜 여과제성(濾過製成)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맥아 이외의 녹말질 원료가 맥아 무게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알코올 분은 2도 이상 6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맥주는 알코올 성분이 적은 편이나 이산화탄소와 홉의 쓴맛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촉진하고 이뇨작용을 돕는 효능이 있다.
보통의 맥주는 알코올 함량 약 4% 정도인 황금색의 투명한 액체로 탄산가스를 함유하고 있으며, 백색 크림형의 거품을 특징으로 한다.
기본적인 제조공법은 보리를 싹 틔운 맥아(麥芽)와 홉을 물로 추출하여 맥아즙을 만들고 여기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다음 숙성, 여과 과정을 거쳐 맥주를 완성하며, 병·캔·통 등 여러 형태의 용기에 담아 유통시킨다. 요즈음은 주원료인 맥아를 녹말이나 당류(糖類)로 일부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맥주 양조기술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방법이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해지고, 다시 독일, 벨기에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갔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자체 소비용으로 소량씩 만들었으며, 필요에 따라 수도원에서 비교적 많은 양을 제조하게 되었다.
그 후 소비가 점차 늘어나고 기계공업의 발달에 따라 상업적 맥주가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18세기 말에는 많은 맥주공장이 생겨났다. 맥주는 알코올 함량이 낮기 때문에 일반 대중으로 빨리 보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의 맥주는 지금과 같은 것이 아니고 주원료인 맥아에 물을 넣고 자연 발효시키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그 후 10세기경에 독일에서 홉을 넣어 쓴맛과 방향(芳香)이 강한 맥주를 개발하게 되었다. 오늘날 독일이 맥주의 본고장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산량이 더 많았던 영국에서는 홉의 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유럽 대륙의 기호에서 고립되어 버렸고, 이것이 오히려 증류주인 위스키 발생의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처음에는 아일랜드에서 시작되었으나 기후 관계로 스코틀랜드로 옮겨졌음).
보통맥주는 용기에 맥주를 채운 뒤 파스퇴라이저(살균의 방법)로 약 60℃의 온수 샤워를 끼얹어 효모의 작용을 멈추게 한 것을 말하고, 생맥주는 이와 같은 열에 의한 처리를 행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맥주 특유의 풍미·향기·호박색 등은 맥아에서 생긴다. 맥아는 맥주대맥을 물에 담가 발아시킨 후 그것을 말려서 만든다. 맥아 건조 시에 열풍을 보내는데, 그때 맥아 중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구성분인 아미노산과 전분의 구성분인 당류가 반응하여 갈색의 물질이 생긴다. 그와 같은 반응을 ‘메이라드 반응’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빵이나 비스킷을 구울 때의 좋은 향과 브라운 색깔도 그런 반응에 의한 것이다.
맥주는 발효할 때 사용하는 효모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한다. 바로 에일(ale)과 라거(lager)이다. 에일은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먹던 전통적인 맥주로 현재는 영국에서 많이 먹으며 뜨뜻미지근하게 먹는다. 에일은 전통적으로 빵을 만드는데 썼던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 효모를 쓰는 반면 라거는 전혀 다른 효모다. 에일을 만드는 효모는 높은 온도에서 잘 살아남아서 맥주를 금방 만들 수 있지만 대신 온도가 낮아지면 다 죽어 버린다.
라거는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16세기 남부 독일의 바이에른 주에는 재미있는 법이 하나 있었다. 그 지역 제후가 선포한 것으로 ‘여름에는 맥주가 잘 상하니 만들지 마라. 9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만 만들어라.’라는 내용이다. 겨울에 에일을 만들면 온도가 낮으니 맥주가 잘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추운 날씨 속에서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하다가 19세기에 갑자기 낮은 온도에서도 맥주를 잘 만드는 효모가 발견되어 라거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에일의 효모는 맥주통의 윗부분에서 상면 발효를 하고 따뜻한 곳에서 자라지만, 독일의 한 장인이 에일을 만드는 효모와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 너도밤나무에서 자라는 유바야누스 효모(Saccharomyces Eubayanus)를 교배해서 잡종(Saccharomyces pastorianus)을 만들었는데, 이 효모가 라거의 효모로 추위에도 잘 견디고 아래로 가라앉아서 발효를 한다.
에일은 발효가 약간 덜 된 듯한 탁한 맛이 나고, 금방 만들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에 비해 라거는 발효가 오래 지속되어 당분이 거의 사라지고 없기에 상큼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중에서도 슈퍼 드라이 맥주는 정말로 단맛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이는 일본 사람들이 발효 능력이 뛰어난 새로 개발한 효모를 통해 만든 맥주이다. 효모가 하는 일이 당분을 섭취해서 알코올로 만드는 것이므로 완전히 발효시키면 당분이 완전히 없어져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산뜻한 맛에 끌려 슈퍼 드라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세먼지에 대한 세 가지 오해 (0) | 2013.12.13 |
---|---|
好不如樂… 몰입과 열정의 위대한 기쁨/펌 (0) | 2013.09.25 |
인상적인 묘비명 (0) | 2013.08.22 |
종이의 재생이 환경 보호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 (0) | 2013.05.11 |
펄프; 종이의 원료/펌 (0) | 2013.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