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초월적 상태가 뇌의 화학 작용과 관련된다는 증거가 있을까?
콜로라도 주립대학 동물학과 교수 템플 그랜딘은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 자폐인의 내면세계에 관한 모든 것 Thinking in Pictures>이라는 자신의 책 뒷부분에서 평생을 자폐증과 함깨 살아온 자기 삶을 이야기하며 보통 사람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을 고백한다.
1978년 여름, 그녀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보려고 존 웨인 레드리버 농장 침액 탱크에서 헤엄을 쳤다. 하지만 그 탱크 안에 유독한 유기인산 화합물이 있었다. 이 유독물은 그녀가 헤엄을 치는 동안 몸에 흡수되어 뇌까지 침범하게 되고, 이것이 그녀의 정신 상태를 바꿔버린다.
유기인산 화합물은 뇌 안의 아세틸콜린 등 신경조절물질의 농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 물질 때문에 생생하고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 그렇지만 이 물질이 왜 종교적 경외심을 흔들어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모든 마법이 사라지고 실제 오즈의 마법사는 커튼 뒤에서 버튼이나 눌러대는 왜소한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과 비슷하다.
템플 그랜딘은 종교에 대한 경외감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에 놀라는 동시에 죵교 현상도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조절물질의 작용(아세틸콜린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음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신앙심이 화학물질인 유기인산 때문에 바뀌다니.
나는 또 신문에서 뉴욕 공공도서관 직원 한 사람이 지구상에서 영원불멸성이 존재하는 곳은 도서관뿐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도서관은 인류의 축적된 기억이 존재하는 곳이다. 나는 이 말을 현판에 적어 책상 앞 벽에 걸어놓았다. 이 말 덕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나는 박사 학위를 따냈다.
유기인산 화합물 탱크 속에서 헤엄 한 번 친 후로 종교관뿐만 아니라 인생관까지 이렇게 바뀌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지하고 싶고 영원히 자신의 생각을 남길 수 있으며 지상에서 영원불변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기록된 인간 기억의 실체인 책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영원성을 획득한 것은 바로 문자로 기록된 마음, 시공의 제약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반복해서 확인해볼 수 있는 인류의 내면 세계, 바로 책이다.
-- 뇌, 생각의 출현/박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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