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맹시(盲視)2

팔락 2013. 1. 10. 18:05

맹시는 아마도 지식이 존재하긴 하는데 안다는 느낌이 없는 경우를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연구일 것이다.  맹시 연구는 지식과 이 지식의 자각이 별개의 뇌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눈에서 멀다고 마음에서 먼 것은 아니다.

뇌졸중으로 뇌의 후두피질 occipital cortex, 즉 1차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위만 선택적으로 망가진 환자가 있다. 그의 망막은 여전히 들어오는 정보를 뇌로 보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각피질이 망막에서 보낸 정보를 등록시키지 않았다. 그 결과 환자는 의식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제 그의 시야를 사분면으로 나누고 빛을 비췄다. 환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의 위치를 사분면에 상당히 정확하게 대응시켰다. 그 환자는 자신이 단지 추측을 하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추측이 우연에 의한 것보다 낫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먼저, '보이지 않는' 빛의 경로를 추적해보자. 망막에서 출발하는 일부 시각 신경 섬유들은 후두엽에 있는 1차 시각피질로 곧장 진행한다. 하지만 다른 섬유들은 의식적인 '보기'를 맡고 있는 영역을 우회하여 대신에 피질 아래 뇌간 brainstem 위에 있는 영역으로 투사된다. 그런데 이 영역은 시각적 상을 만들지 않는다. 이 아래쪽 뇌 영역들은 주로 싸우거나 달아나거와 같은 자율적인 반사 기능들에 관여한다. 빠르게 접근하거나 불쑥 드러나는 물체를 보면 몸은 눈이 위협을 살필 수 있는 있는 위치로 고개를 돌린다. 즉각적인 반사적 행위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의식적 지각과 숙고에 비해 분명한 진화적 이점이 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이 피질 아래 영역들은 시각적 상을 자각하지 않고도 위협을 '본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맹시는 환자의 피질이 장님이 됨으로써 나타나는 원시적이고 무의식적인 시각적 위치 확인 및 반응 체계이다. 빛의 위치에 대한 환자의 '의식되지 않는 앎'은 안다는 느낌을 촉발하지 않는다. 이 의식되지 않은 앎은 느낌을 발생시키는 더 고차원적인 피질 영역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환자는 자신이 빛을 본 적이 없다고 맹세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분명 잠재의식에서 빛의 위치를 알고 있다. 섬광이 비치는 적절한 사분면을 선택할 때, 그에게는 그것이 맞는 답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그는 자신이 뭘 아는지를 모른다.

 

우리는 맹시의 예에서, 지식과 이 지식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분리되는 것을 뇌 회로의 근본적인 결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 망가진 연결은 의식적으로 노력하거나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힌다고 해서 회복되지 않는다. 문제가 우리의 통제권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 뇌, 생각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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