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 무관한 것으로 시작되었으며, 경향과 관련해서는 상호 적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끝난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물음에 대한 두 가지 답변이다.
민주주의는 다음의 물음에 답한다. ‘공권력을 누가 행사해야 하는가?’ 그것이 제시하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공권력의 행사는 실체로서의 시민들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이 물음은 공권력의 범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그러한 권력이 누구에게 속하는 가를 결정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즉 모든 사회에서 우리가 군주(sovereign)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다음과 같이 다른 물음에 답한다. ‘누가 공권력을 행사하는가와는 상관없이, 그 한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이 제시하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공권력이 독재자에 의해서 행사되든 아니면 대중에 의해 행사되든, 그것은 절대적일 수 없다. 개인들은 국가의 어떤 개입보다도 위에 서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원칙과 자유주의의 원칙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 심지어 양자 사이에는 일정한 적대성까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상호 배제적인 대립물들이 아니라 두 가지의 상이한 대상들을 다룬다. 자유주의는 국가의 기능의 범위에 관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국가주권의 소유자에 관한 것이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자유로 가는 길로 간주했던 사람들은 일시적인 수단과 궁극적인 목적을 혼동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인 방법, 즉 말하자면 정치적(입법적 및 행정적) 결정에 도달하기 위한 특정한 유형의 제도적 배치이며, 따라서 주어진 역사적 조건하에서 그것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와 상관없이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교조적 민주주의자는 특히 눈앞의 다수가 스스로 어떤 권력을 가지며 어떻게 행사해야 할지를 결정할 권리를 소유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자유주의자는 어느 잠정적인 다수든 그 권력이 장기적인 원칙에 다라 제한되어야 옳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유주의자에 있어서 다수의 결정이 그 권위를 얻는 것은 일시적인 다수의지의 단순한 행사로부터가 아니라 공동의 원칙에 대한 한결 폭넓은 합의로부터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리는 다수가 규정하는 바대로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될 때 바로 민주주의는 선동정치로 전락한다.
-- 자유헌정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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