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전략, 교정에 길 만들기

팔락 2012. 3. 12. 12:31

꾀 많은 대학 총장이 있었다. 그 대학은 화려한 분수도 설치하고 잔디도 아름답게 다듬는 등 교정을 완전히 새롭게 꾸몄다. 이제 각 건물을 연결하는 보도와 산책로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그런 길들은 아예 설계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건설업자들은 하루 빨리 길을 만들려고 안달이었고, 설계를 어떻게 하면 될지 궁금해 했지만, 총장은 어떤 설계안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길이라는 건 한번 만들면 돌이킬 수 없지요. 길은 내년에 만듭시다. 그때 설계도를 드릴께요."

 

건설업자들은 불만스러웠지만 총장이 주문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잔디밭을 지나 강의실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정 여기저기에 자연스럽게 길이 생겼고, 길 사이사이에는 아름다룬 초록 잔디로 된 섬이 생겼다. 그해가 끝나갈 즈음, 건물들 사이에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길이 놓였다.

 

마침내 1년 동안 기다리던 건설업자에게 총장이 말했다. "이제 보도를 만드세요. 설계도는 필요 없습니다. 잔디밭 위에 만들어진 길을 보도로 만드시면 됩니다." 처음 들어온 정보대로 만들어진 설계가 곧 영구적인 길이 된 것이다.

 

두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전략은 이 총장의 계획과 아주 비슷하다.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려고 처음 동원한 신경의 통로들이 결국 두뇌가 그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다시 사용하는 영구적 통로가 되는 것이다. 두뇌로 들어온 새로운 정보는 잔디밭 위에 길을 만든 학생들에 비유할 수 있다. 최종 저장 부위는 그 길들을 따라 아스팔트 도로를 만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핵심은 정보가 들어온 길과 저장되는 길이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