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권위적 혹은 과학적 판단과 민주적 판단 사이의 힘겨루기

팔락 2012. 2. 27. 12:35

권위적 혹은 과학적 판단과 민주적 판단 사이의 힘겨루기
(의료분쟁조정 등 복지부의 각종 정책 등에 나타난 갈등에서)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배경을 중심으로 익힌 가치 판단을 중심으로 사회를 판단한다. 과학적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과학적 판단으로 인해 생긴 문제들을 보고 비과학적 판단을 한 사람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판단(정치적 판단)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사회적 판단으로 인한 결과를 보고 비사회적 판단을 한 사람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정치가들과 정책 결정 공무원들은 다수의 결정이 최고의 가치 판단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다수의 지지’가 필요하고 그래야 자신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경우 설사 다수가 합리적이지 않는 것을 원한다고 해도 다수의 요구에 맞추려는 표퓰리즘적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판사 의사등과 같은 전문직은 대부분 ‘다수의 지지’ 보다는 나름대로 자신들이 배워온 판단 기준에 따라 결정하기 쉽다. 판사들은 나름대로 습득해온 법정신에 따라 판단하고 의사들은 의학이라는 학문과 의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익힌 가치 판단에 따라 판단한다. 이러한 전문직들의 판단은 민주주의 정신과 충돌을 벌일 때가 많은 것이다.

전문직들의 판단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충돌의 예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판사들의 판결에 저항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볼 수 있다. 의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SNS의 발달은 각종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민주주의 의식을 빠르게 확산시킨다. 그로인해 전문직의 판단에 대해 자주 의심을 품게 만든다. 즉 다수 대중의 전문직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사라지고 ‘전문직의 판단과는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최근 시끄러운 의료분쟁조정의 경우도 의사들의 경우 의료분쟁조정을 선택할 경우 ‘다수 주의에 입각한 비의학적 결정’을 할지 모른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환자 측 입장에선 사람들은 의학지식의 부족으로 의학적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회적 판단(다수주의에 다른 판단)을 추구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분쟁조정의 과정에서 ‘과학적 판단’과 ‘사회적 판단’ 중 어떤 것을 우선 하게 되느냐에 의료분쟁조정에 대한 찬반이 달라지게 된다.

복지부의 많은 정책들 중 대부분은 사회적 판단 즉 다수의 이득을 판단 기준으로 삼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정책들이 많다. 즉 의학적 판단에 따른 정책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의학적 판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온 의사들의 시각에서는 비도덕적 정책들이 많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분통을 터트린다.

이러한 상황은 의사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도 점점 그러한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이며 엘리트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특성까지 갖춘 판사라는 직업도 다수의 판단을 중요시하는 민주주의 시대에는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도 의사들이 겪은 것처럼 내부의 갈등이 점차 심하게 되고 판사 세계 내부에 형성된 보수적 가치들이 붕괴하고 권위를 부정하는 외부의 공격에 시달릴 것이다. 그것이 ‘카카빅엿’이라고 하며 ‘권위의 붕괴를 걱정해야한 판사’가 권위를 비웃는 예에서 볼 수 있다.

 

-- 펌, KMA 안용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