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역사주의

팔락 2012. 2. 24. 16:21

많은 사람들이 정치 및 사회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인간 역사에 대한 고찰과 해석에 근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말하자면 사회과학자나 철학자는 일반인들보다는 높은 위치에서 사물들을 개관해야 한다고들 한다. 이런 입장에 서는 사회과학자나 철학자는 개인을 인류 역사의 발전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도구로 간주하며, 역사의 무대에서 정말로 중요한 배우들이란 위대한 민족이거나 그 민족들의 위대한 지도자이거나, 위대한 계급이나 위대한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이리하여 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의 법칙을 발견하려 한다.

 

이것이 역사주의라 불리는 태도에 대한 간락한 설명이다. 역사주의의 핵심적 원리란, 역사는 특수한 역사적 법칙이나 진화적 법칙에 의해서 지배되며, 우리가 이 법칙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인간의 운명을 예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주의의 오래되고 가장 단순한 형태는 선민사상에 의해 잘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상은 유신론적 해석, 즉 신을 역사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연극의 작가로 해석함으로써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의 하나이다. 이런 사상에서는 역사적 발전의 법칙이 신의 의지에 의해서 세워진다. 이것이 유신론적 역사주와 다른 형태의 역사주의를 구별 짓는 차이점이다. 자연주의적 역사주의는 역사발전의 법칙을 자연의 법칙으로 취급하며, 정신적 역사주의는 역사발전의 법칙을 정신적 발전의 법칙으로 취급하고, 경제적 역사주의는 다시 경제적 발전의 법칙으로 취급한다. 즉 역사발전의 법칙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의 역사주의가 분류될 수 있다.

 

선민사상이 사회생활의 부족적인 형태에서 성장해 나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족의 절대적 중요성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는 부족주의는, 많은 형태의 역사주이 이론에서 발견되는 한 요소이다. 이제는 부족주의라고 할 수 없는 근대적 역사주의도 여전히 집단주의의 요소를 유지하고 있다.

 

선민사상이 갖는 또 하나의 요소는 역사의 궁극적 결과에 대한 확신이다. 그러나 이 목적은 먼 미래에 놓여 있는 것이므로, 이런 역사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단정적으로 설명된다 할지라도 우리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 길을 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길은 멀 뿐만 아니라 구부러지고 상하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길이다. 따라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역사적 사건을 해석의 도식 아래 집어넣을 수가 있게 된다.

 

유신론적 역사주의인 선민사상은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주의의 한 예증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 사상을 하나의 예증으로 삼은 이유는 이 사상의 중요 특성을 현대의 가장 중요한 두 역사주의 이론인, 파시즘의 역사철학과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주의에서는 선택된 민족이 선택된 인종으로 대체되며,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에서는 선민이 선택된 계급으로 대체된다. 이 두 이론 모두 역사적 예측의 기초를 역사적 해석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