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위대한 베토벤 오류'와 낙태 반대 논리

팔락 2012. 1. 2. 17:53

다음 글은 낙태반대론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글로, 두 의사의 가상의 대화 형식으로 된 낙태반대의 논리로 '낙태는 장차 완전한 인간의 삶을 누릴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임신 중절에 관해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매독 환자이고 어머니는 결핵에 걸렸습니다. 이미 자식을 넷이나 낳았는데, 첫째는 맹인이었고, 둘째는 사산했고, 셋째는 농아였고, 넷째는 결핵에 걸렸지요. 당신이라면 어찌했겠습니까?"

"임신 중절을 시켰겠지요."

"그러면 당신은 베토벤을 살해한 것입니다."

 

위의 말은 창작된 것이 분명하며, 전적으로 틀렸다. 사실 베토벤은 아홉째 아이도, 다섯째 아이도 아니었다. 그는 장남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둘째지만, 첫째가 유아 때 죽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죽은 첫째는 눈이 멀거나, 귀가 먹지도 않았고, 정신지체도 없었다. 그의 부모가 매독에 걸렸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비록 그의 어머니가 나중에 결핵으로 죽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례가 많았다.

 

사실 그것은 완전히 창작된 전설이다. 설령 거짓말이 아니라도 그것에서 이끌어낸 논증은 아주 나쁜 논증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메더워 부부는 그 논증의 오류를 지적할 때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의 여부를 굳이 따질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이 불쾌하고 사소한 논리의 배후에 있는 추론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결핵에 걸린 어머니와 매독에 걸린 아버지 그리고 음악 천재의 출산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금욕 때문에 베토벤을 잃는 것이 아니듯이 낙태로 베토벤을 잃는 것도 아니다."

 

메더워 부부가 지적한 점이 전적으로 옳으므로, '인간의 잠재력' 논증의 논리적 결론은 우리가 성교를 할 기회를 놓칠 때마다 한 인간의 영혼에게서 존재라는 선물을 잠정적으로 빼앗는 셈이라는 것이다. 즉 피임을 하지도 말고, 심지어 개인의 성교 요구를 거절해서도 안된다는 논리에 다다른다.

 

위대한 베토벤 오류는 우리 정신이 종교적인 절대론에 현혹될 때 빠지는 논리적 혼란의 전형적인 사례다.

 

-- 만들어진 신 중에서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맹목적 사랑의 위험  (0) 2012.02.08
무신론자가 죽음을 바라보는 자세  (0) 2012.01.03
현대의 신(新) 십계명  (0) 2011.12.31
창조론과 진화론  (0) 2011.12.28
신앙과 믿음  (0) 20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