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보디보

팔락 2011. 6. 22. 12:25

이보디보(Evo Devo)는 진화발생생물학( 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의 애칭으로 현대의 거의 모든 생물학 분야을 진화와 발생의 두 용매로 녹인 '통합생물학'의 성격을 띤다. 이보디보가 말하는 바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생명체의 중요한 발생 과정을 조절하는 '툴킷 유전자(tool kit gene)' - 이 유전자는 '마스터 조절 유전자'로 불리기도 하며 혹스 유전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 들이 전혀 다른 동물종들 사이(가령 개미와 인간)에서도 보존되어 있다.

 

2. 그 유전자들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통상적인 '구조 유전자(structural genes)'와는 달리 발생 과정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3. 그 스위치 체계가 변하는 것이 진화다.

 

이보디보는 진화를 '유전자의 빈도 변화'보다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로 해석함으로써 근대적 종합 이후에 주류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집단유전학적 진화론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션.B.캐럴이 진화를 '스위치의 변화'로 표현한 것은 비유 이상이다. 그는 그동안 진화생물학자들이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구조 유전자)에만 주로 관심을 쏟았다고 비판하며, 이런 합성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스위치 장치를 만들어 발생의 전 과정을 통제하는 '조절 유전자'가 오히려 진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진화는 오래된 유전자에게 새로운 기교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하며, 진화를 근본적으로 '구조 유전자의 변화'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구조 유전자를 통제하는 조절 유전자(스위치)의 변화'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