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각의 경로

팔락 2015. 10. 31. 12:28

시각의 경로

망막에서 오는 메시지는 시신경을 지나 두 개의 경로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발생학적으로 오래된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매우 발달된 새로운 경로이다. 이 두 체계 사이에는 명확한 노동 분업이 존재한다.

 

‘오래된’ 경로는 눈에서 뇌간의 위둔덕(superior colliculus)이라 부르는 영역으로 곧장 연결된다. 여기서 최종적으로는 대뇌피질 영역의 두정엽으로 가게 된다. 이에 비해 ‘새로운’ 경로는 눈에서 시상의 가쪽무릎핵(lateral geniculate nucleus)이라는 일군의 세포들로 연결된다. 이것은 1차 시각피질로 통하는 일종의 중계소이다. 시각정보는 여기에서 30여개에 이르는 다른 시각 영역들로 전달되며, 이후 더 많은 처리가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는 왜 오래된 경로와 새로운 경로를 갖고 있는 것일까?

하나의 가능성은 옛 경로가 일종의 조기경보체계로 보존되었으며, ‘방향 행동’이라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대상이 왼편에서 점점 커지면서 다가오면, 옛 경로는 그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그 결과 안구를 회전시키고 머리와 몸을 틀어서 대상을 보게 된다. 이는 잠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눈의 중심와fovea에 맞추려는 반사작용이다. 그리고 이 정보에는 의식적 마음이 접근할 수 없다.

 

다음 단계에서는 발생학적으로 새로운 체계를 사용해 대상이 무엇인지 결정한다.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 다음에 결정할 수 있다. 이 두 번째 경로는 후두엽의 1차 시각피질로 가는데 이 경로가 손상되면 전통적인 의미의 장님이 된다. 이 새로운 경로는 의식적 경험을 낳는 시각피질을 포함한다.

 

이 경로의 정보는 다시 두 개의 흐름으로 갈라진다. 그 하나는 두정엽 측면에서 끝나는 ‘어디에’ 경로고, 다른 하나는 측두엽으로 이어지는 ‘무엇’ 경로이다. 이 두 체계는 각기 시각의 특정 기능을 중심으로 전문화되어 있다.

 

어디에 체계는 사물의 공간적 위치를 할당하는 기능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공간적 시각의 모든 측면과 관련되어 있다. 공간적 시각은 세계 속을 돌아다니거나 불규칙한 지형을 극복하고 물체에 부딪히거나 구멍에 빠지지 않는 유기체의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두 번째 경로는 ‘무엇’ 경로로 30개의 영역 대부분이 이 체계 속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여우인가, 배인가, 아니면 장미인가? 이 얼굴은 적인가, 친구인가, 내 짝인가? 이 사물의 의미론적, 감정적 속성은 무엇인가? 나는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나는 그것을 무서워하는가? 등.

 

무엇 경로를 구성하는 영역 내부에서도 색깔, 질감, 형태와 관련된 보다 세밀한 분화가 존재한다. 심지어 윤곽을 구성하는 선을 감지하는데도 그 선의 각도에 따라 달리 발화하는 전문 신경세포들도 존재한다.

 

--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