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교수들, 소프트웨어 설계자들, 모험 자본가들로 구성된 한 독서 모임에 이따금씩 참석한다. 그들이 소설이나 시를 읽는 일은 드물다. 이유는 "그런 책들은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느낌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치, 역사, 과학에 관한 책, 다시 말해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한다. 의견이 양극으로 벌어질수록, 대화는 더 활발해진다. 좌절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때 가장 흔히 들리는 언쟁은 이런 것이다.
"당신은 어째서 한 번만이라도 합리적이 되질 못하는가?"와 "당신이 객관적이기만 하다면."
이 논의의 원동력이 되는 언외의 의미는 "추론에는 최적의 노선이 있으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적인 대화에서는 이 남자들도 시인은 본질적으로 공학자와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것, 심지어 자기 아내들은 비소설보다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까지 아주 기꺼이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은 정보가 주어지면 모두 다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믿음을 고집한다. 마치 눈의 광학처럼, 이성도 기초 물리학에 따라 작용한다는 듯이.
이 독서 모임의 회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합리적인 담화를 통해 한 사고의 줄기를 다른 사고의 줄기보다 우월한 것으로 못 박을 수 있다고 믿도록 길러진다. 바탕의 가정은 우리들 각자가 우리의 지각적 차이를 극복하고 어떤 문제를 '최적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한 가지 목표는 바로 이 오해를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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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생각에 완전히 동의할 때조차 이 동의는 서로 다른 사고방식에서 일어나고, 이 다른 사고방식에는 지극히 고유한 유전자와 개인적 경험도 연관된다.
다른 사람들을 나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사고 과정을 우리의 지문만큼이나 고유하게 생긴 타고난 차이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 뇌 생각의 한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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