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유신론자, 무신론자

팔락 2011. 12. 26. 17:20

유신론자는 초자연적 지성을 믿는다. 그 지성은 우선 우주를 창조하는 큰 일을 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주위를 맴돌면서 자신이 창조한 것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유신론적 신앙 체계 내에서 신은 인간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기도자에게 응답하고 죄를 용서하거나 처벌하며, 기적을 이룸으로써 세계에 개입하고 선행과 악행을 행하는지(더 나아가 그런 행위를 할 생각을 하는지) 안다.

 

이신론자는 초자연적 지성을 믿지만, 그 지성이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을 설정하는 일에만 관여할 뿐 인간사에 개입하거나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범신론자는 초자연적인 신을 아예 믿지 않지만 신이라는 단어를 자연이나 우주 또는 그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을 가리키는 비초자연적 동의어로 사용한다.

이신론자는 신이 기도자에게 응답하지 않고 죄나 고백에 관심이 없으며, 우리 생각을 읽지 않고 변덕스러운 기적을 부리지 않는다고 본다는 점에서 유신론자와 다르다.

이신론자는 신이 일종의 우주적 지성이라고 보는 반면 범신론자는 신을 우주 법칙의 비유적 또는 시적 동의어라고 본다는 점에서 다르다.

범신론은 매력적으로 다듬은 무신론이다. 이신론은 물을 타서 약하게 만든 유신론이다.  

 

인간의 사유와 감정은 뇌 속의 물리적 실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단히 복잡한 상호 연결을 통해 출현한다. 이런 철학적 자연학자라는 의미의 무신론자는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관찰 가능한 우주의 배후에 숨어 있는 초자연적인 창조적 지능은 없다고, 몸보다 오래 사는 영혼은 없다고 믿는다. 

그들은 오직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 현상들이라는 의미로만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라본다. 현재 자연계 너머에 놓여 있는 듯이 보이는 무언가가 아직 이해되지 않은 현상일 뿐이라면, 우리는 결국에는 그것을 이해하고 자연계 내에 포함시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우리가 무지개의 신비를 푼다고 해도, 그 경이감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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