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격률(2부)
< 진실을 찾기 위한 방법론 >
데카르트는 지식을 세 종류로 분류한다.
1) 감각으로부터 또는 감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감각적 지식-이것은 대상이 개별적 특수적으로 알려지기 때문에 특수한 것에 관한 지식이다.
2) 사람 일반, 나무 일반 등에 관해서 아는 일반적 지식이다.
3) 정신의 본성은 사유라고 하거나 물체의 본성은 연장이라고 하는 등의 보편적 지식이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이러한 지식들이 과연 전혀 의심할 여지없이 자명하고 확실한가 하는 데 대해서 의심쩍게 여겼다. 먼저 특수적인 지식은 감각에 의존하는 만큼 전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왜냐하면 감각이란 시간과 공간 또는 그때그때의 인간의 심신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것에 관한 지식도 그에 못지않게 믿을 수가 없으니 데카르트가 예로서 들고 있는 바에 의하면 화가가 반인반수의 괴물인 사튀로스(Satyros)나 반인반어의 바다의 마녀인 세이렌(Seiren)을 그릴 경우 그는 갖가지 동물의 여러 부분을 뒤섞어서 양이나 고기의 머리 일반, 몸뚱이 일반에 관한 관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꿈속에서 본 현실이 깨어 있을 때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다고 하더라도 허구인 것과 마찬가지로 허구일 수 있다.
보편적인 것에 관한 지식, 예컨대 물체의 본성인 연장, 상황, 수 따위 또는 2+3=5라는 지식이 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만일 전능한 신이 악의를 가지고 우리를 속여서 그렇게 생각하도록 했다고 한다면 데카르트는 자연학, 천문학, 의학 등 복합된 것들에 관한 학문은 물론이요 대수학, 기하학 등도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하여 데카르트는 가장 확실하고 의심할 수 없는 진리를 추구하기로 결심하고 종래의 모든 이설이나 의견을 떨쳐버린 뒤 자기의 이성으로써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다음과 같은 격률을 세웠다.
1. 명증성의 규칙;
내가 명증적으로 진실이라고 인정한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진실로 받아들이지 말 것. 다시 말하면 속단과 편견을 주의 깊게 피할 것. 그리고 의심할 여지가 조금도 없을 정도로 명석하고 판명하게 내 정신에 나타나는 것 이외에는 여하한 것도 내 판단 속에 넣지 말 것.
2. 분해의 규칙;
내가 음미하는 문제 하나하나를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그리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만큼의 소부분으로 분석할 것.
3. 합성의 규칙;
내 사상을 순서에 따라 이끌어갈 것.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인식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계단을 올라가듯이 조금씩 올라가서 가장 복잡한 것을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갈 것. 그리고 자연대로라면 전후의 순서도 갖지 않은 것들 사이에도 순서가 있다고 상정하고 전진할 것.
4. 열거의 규칙;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매거(枚擧)와 전체에 걸친 통람을 어디에서나 행할 것.
도덕 격률(3부)
< 결정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때에 자신이 지켜야 할 잠정적 도덕 격률 >
첫 번째 격률은, 내 나라의 법률과 관습에 복종하고, 어렸을 적부터 신의 은총에 의해 배워 온 종교를 확고하게 견지하며,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는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사려 깊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보통 취하고 있는 가장 온건하고 극단에서 먼 의견에 따라 나를 지도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격률은, 행동에 있어서 가능한 한 확고하고 결연한 태도를 취하고, 아무리 의심스런 의견이라도 일단 그것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면 아주 확실한 것인 양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격률은, 언제나 운명보다는 나 자신을 이기려고 노력하고, 세상의 질서보다 자신을 정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지 못하면 절대 아무 힘도 갖지 못한다는 확신에 익숙해 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생각 밖에 없으므로, 우리 외부에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여전히 이루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전혀 불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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