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화

화이부동(和而不同)

팔락 2010. 4. 8. 12:02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나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군자는 조화로우나 남들과 동일하지가 않고 소인은 남들과 동일한 듯하나 조화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사냥에서 돌아온 제나라 경공이 누각에 올라 쉬고 있는데, 평소에 총애하던 시종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경공이 곁에 있던 안영을 돌아보면서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저 놈은 매우 귀여운 놈이로다. 늘 나와 장단을 잘 맞추고 있다."

"아닙니다. 그는 당신과 장단을 잘 맞추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의 비위를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장단을 맞추는 것과 비위를 맞추는 것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

"장단을 맞춘다, 곧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서로 다른 요소들 사이에서만 성립이 됩니다. 그것은 요리의 맛내기와 같은 것입니다. 가령 생선 요리를 할 때 물과 식초, 육수, 소금 등을 넣어서 간을 잘 맞추어야 맛이 나는 법입니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긍정하시는 것 가운데에서 부정해야 할 점이 있으면 그것을 들추어내어 당신의 긍정적인 면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 당신의 부정적인 면 가운데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그것을 강조해서 부당한 부정으로부터 당신을 구제해야 합니다. 이것이 조화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단순히 비위를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이 긍정하시는 것을 긍정하고, 부정하시는 것을 부정할 뿐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同)일 뿐이지 화(和)가 아닙니다. 물 속에 물을 넣는다고 해서 물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모두가 똑같은 의견으로 입을 모아 그렇다, 그렇다 한다면 흰 국에 흰 국을 추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영은 서로 다른 의견들 가운데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을 '화(和)'라고 하고, 의견의 차이를 용납하지 않고 억지로 일치를 요구하는 것을 '동(同)'이라 불렀습니다.

-- 홍사중, 나의 논어

'화(和)'란 요리사가 고기국을 끓일 때 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짜면 물을 태우듯이 임금이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입장에서 바로 잡아 주는 것을 말하고, '동(同)'이란 임금이 옳다고 하면 옳다고 말하고, 임금이 그르다고 하면 그르다고 말하기 때문에 짠 국에 소금을 더 넣고, 싱거운 국에 물을 더 태우는 것과 같이 백해무익하다는 뜻입니다.

'화(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관용과 공존, 평화의 논리입니다.

'동(同)'은 획일적 가치만을 용납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배와 흡수, 합병의 논리입니다.

'화(和)'는 각자 개성과 주장을 존중하며 결론을 도출해 가는 전략회의를 연상케 하나, '동(同)'은 불만을 표출 못하는 조폭들의 획일적 하나됨을 연상케 합니다.

모든 조직, 단체, 사회의 질적 성장은 '동(同)'과의 결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듯 합니다. 나와 같게끔 흡수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려는 ‘화(和)'에 기반해야 아름다운 사회가 됩니다.

태생적으로 '동(同)'의 이론적 토대를 갖는 한 극좌나 극우는 상대를 비판할 자격이 없고 오히려 그 또한 비판의 대상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생강은 그 특유의 맛과 향도 강하지만 모든 요리재료와 잘 어우러져 다른 음식의 맛과 향도 더 진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만 잘난 것이 아니라 모두의 품격을 높여주는 생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할 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나, 소인은 지배하려고 할 뿐 공존하지 못한다"

-- 신영복의 나의 고전 읽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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