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제리 뮬러의 보수주의(conservatism)

팔락 2015. 2. 1. 14:40

뮬러는 보수주의와 정설주의(orthodoxy)를 구별한다. 정설주의란 이 세상에는 "초월적 도덕 질서가 존재하며, 사회의 제반 양식을 그 틀에 맞추어야 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성경>을 입법의 지침으로 보는 기독교인이나 이슬람의 율법에 따라 살기를 원하는 이슬람교도를 정설주의의 실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외부에 존재하는 신성한 도덕 질서에 자신들의 사회를 끼워 맞추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그것도 때로는 아주 급진적인 변화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급진적 변화를 위험한 것으로 보는바, 이 때문에 정설주의자와 갈등을 빚는 수가 있다.

 

뮬러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 보수주의의 기원은 주류의 계몽주의 사상 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데이비드 흄이나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같은 사상가들이 합리성, 실용성, 그리고 사실상의 공리성에 입각해 당시의 계몽주의 기조를 비판하려고 노력한 것이 현대 보수주의의 시초라는 것이다.

 

'어떠한 사회적 혹은 정치적 논변을 정설주의가 아니라 보수주의로 만들어주는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성을 힘으로 해서 인간의 행복을 찾으려는 계몽주의적 차원의 노력에 진보적 혹은 발전적 논조의 비판을 가한다는 데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믿음을 보면 첫째로, 인간이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일체의 제약이나 책임감이 사라지면 그 순간 나쁜 짓을 하게 되어 있다.

둘째로, 우리의 이성적 추론 능력은 결함투성이인 데다 스스로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직관이나 역사적 경험의 제지를 받지 않고 순전히 이성으로만 이론을 세우려고 하면 그것은 위험한 일이 된다.

셋째로, 제도라는 것은 사회적 사실로서 서서히 생겨나며 그 연후에 우리는 그것을 존경하고 신성시하게까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에서 권위의 껍질을 벗겨내 버리면, 그래서 그것을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임의의 부산물로 만들어버리면, 제도의 효과는 반감되고 만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더 큰 아노미와 사회적 혼란 속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마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