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의 연계성 원리(connectivity principle)와 사이비 과학
과학에서 새로운 이론은 이전에 확립된 경험적 사실들과 접합되어야만 한다. 새 이론이 진보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실뿐 아니라 예전의 사실들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이론이 예전의 사실들을 기존의 이론과는 전혀 상이한 방식으로 설명하게 되겠지만, 아무튼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요구조건이 과학의 누진적 진보를 보장한다.
만일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진보란 일어날 수가 없다. 만일 새 이론이 몇몇 새로운 사실들을 설명하지만 많은 예전의 사실들을 설명할 수 없다면, 기존 이론들을 넘어선 완전한 진보라고 간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즉각즉으로 기존 이론들을 대체할 수도 없다. 오히려 기존 이론과 새로운 이론은 또 다른 새로운 종합이 둘을 모두 낡은 것이라고 만들 때까지 아이디어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론에서 놀랄 만한 재개념화에도 불구하고, 그 재개념화는 연계성 원리를 준수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이론이 뉴턴식 역학을 낡은 것으로 만든다고 해서 뉴턴의 생각이 기초하였던 운동에 대한 사실을 부정하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느린 속도에서는 두 이론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예측을 한다. 아인슈타인의 개념화가 우수한 이유는 뉴턴 역학이 다룰 수 없는 광범위하고 다양하며 새로우면서도 때로는 기이한 현상들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마리오 번지는 연계성 원리의 중요성을 심리학자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기고한 글에서 제목을 <방종한 사색과 건전한 사색>이라고 붙였는데, 이것은 사색이 과학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사색하는 데는 옳고 그른 방법이 있음을 예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연계성 원리를 갖추지 않은 사색은 확실히 불건전한 것이다.
진정한 과학혁명은 과학의 반혁명(counterrevolution)과는 달리 과거의 모든 성과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교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과학혁명은 전체적인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것이다. 즉, 과학의 전체 유산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단지 몇 가지의 구성성분만을 문제삼을 뿐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제안된 변화를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들이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진정한 고전적 결과들도 내놓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전적 조건형성과 조작적 조건형성의 존재를 부정하며 학습은 부분적으로 조건형성 과정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인지심리학은 설 자리가 없다. -- 모든 과학혁명은 어떤 측면에서는 비연속적이지만 또 다는 측면에서는 연속적인 것이다.
과학은 소수의 선택된 인간에게만 가용한 '특수지식'이 있다는 주장을 배격한다. 반면에 사이비과학은 특히 특정 권위나 연구자가 진리에 대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자인 도날드 맥버니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모든 연구 분야에는 리더가 있게 마련이지만, 사이비과학은 한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이 지배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연구는 그 분야가 진보하는 데 혁명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소수의 사람이 독차지하는 과학은 틀림없이 사이비과학이다. 대부분의 과학은 과학 전체와 역사적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 개인의 지배를 방지할 만큼 충분한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