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방법론의 기초인 하이에크의 인식론
하이에크는 인간의 심성과 사회에 관한 이론이 없이 자유사회를 확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원칙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시장 시스템의 기능원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윤리, 법 또는 정의를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훌륭한 경제윤리나 법관(法觀, 법에 대한 관점) 및 도덕관의 형성을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관한 이론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이에크가 자유사회의 원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발한 인간과 사회의 성격에 관한 이론은 진화론적 인식론과 문화적 진화 이론이다. 따라서 하이에크의 사회철학을 '진화론적 자유주의 사회철학'이라 부른다.
진화론적 인식론
진화적 인식론은 처음 켐프벨에 의해 명명되었으며 진화적 인식론의 대상을 폴머와 라트니츠키는 다음과 같이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 진화적 인식론은 인간은 물론 다른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의 인식을 다루는 포괄적인 이론이다.
2. 생물학적 및 문화적 진화 과정의 산물들을 비교, 연구 대상으로 한다. 진화적 과정은 산물은 다음과 같다.
* 신체상의 인식도구들(신체, 시각, 청각 등)
* 재주, 기교, 노련미 등
* 전통
* 과학 이론
3. 이러한 산물들 및 이 산물들이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야기하는 환경의 발전 과정에 관한 연구이다.
이 산물들은 모두 진화 과정에서 생겨나는 지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진화적 인식론은 지식의 성장에 관한 다위니즘(Darwinism) 이론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 이론의 핵심적인 주제는 자연적 도태에서부터 과학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메커니즘, 즉 '시행과 착오(오류의 제거)' 메커니즘 또는 '추측과 논박'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포퍼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모든 유기체들은 늘 밤낮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 문제의 해결은 시행과 착오의 방법에 따라 전개된다. 새로운 반응, 새로운 형태, 새로운 기관, 새로운 행동방식, 새로운 가설들이 실험을 통해 개발되고 그들은 오류의 제거를 통해 통제된다."
시행과 착오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모든 수준들, 즉 효소 및 유전인자에서 우리의 비판적 언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 동일한 다위니즘적 학습방법을 기술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적 인식론을 '통일된 지식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를 포퍼는 다음과 같이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메바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성장은 동일하다."
진화적 인식론은 모든 유기체의 지식(습득) 문제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 문제를 모든 유기체들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데 제1차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지식습득 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이에크도 역시 중요한 인간의 문제를 어떠한 정신이라고 하더라도 겨우 일부분밖에는 알지 못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인간이 성공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아는 데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지식의 문제'로 보고 있다. 이런 시각은 공리주의나 롤즈의 사상, 주류경제학의 입장과 사못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