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과학에 과학자들이 침묵하는 이유
과학자들이 과학으로 위장한 허위 지식에 침묵하는 한 가지 이유는 과학에서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과학자들에게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중요한 발견을 통해 쌓이는 명예와 위신이다. 하지만 동시에 과학자들은 흔히 자신이 각광받는 것을 꺼린다. 그 이유는 이중적이다.
첫째, 현대 과학은 거의 전부가 협력 작업의 결과이며, 둘째 설령 한 사람의 천재성이나 창의성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전문가들의 합의를 반영할 때만 지식이 과학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에서는 과학의 어떤 획기적인 발견도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연구자들이 집단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일 공산이 크다. 동료들을 대표해서 발언을 하는 과학자는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다. 자기 혼자서 공적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동료들이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구성원들이 집단적인 지헤를 반영하여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에 공식적인 성명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문제에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성명은 기껏해야 무미건조할 뿐이며 보통 사람이 그 의미를 해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 다른 곤란한 문제도 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훈련을 받은 고도의 전문가이지만, 폭넓은 청중과 소통하는 법은 거의 훈련을 받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진짜 일은 지식을 보급하는 게 아니라 생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흔히 이 두 활동이 배타적이라고 본다. 어떤 이들은 폭넓은 청중과 소통하는 동료들을 비웃으면서 '통속 과학자'라는 딱지를 봍인다.
또 과학자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하기를 꺼린다. 정치적인 이유나 사소한 문제로 인해 대중이나 언론으로부터의 공격을 버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이해할 만한 것은 그들이 과학을 사랑하고 결국에는 진실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과학자들의 일이며, 유일한 일이다. 그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다른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으며, 대중과 소통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시간을 빼서 일상적인 문제에 신경을 쓴다면 잘못된 일일 것이다. 어느 일류 과학자는 1983년 보고서 <변화하는 기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들 쓰레기 보고서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무시해버렸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 쓰레기는 그냥 없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치워야 하며 그 누군가는 우리 모두이다. 과학 연구에 관해 보도하는 언론인들과 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조직, 그리고 일반 시민 모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