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무신론자가 죽음을 바라보는 자세

팔락 2012. 1. 3. 12:45

철학자는 노인이 죽는 순간이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한때 그였던 아이는 오래전에 죽었다. 갑자기 목숨이 끊어져서가 아니라 성장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인간의 일곱 단계들 하나하나는 다음 단계로 서서히 넘어감에 따라 '죽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인이 마침내 숨을 거두는 순간도 그의 평생에 걸쳐 진행된 느린 '죽음'들과 바를 바 없다. 이것은 성찰을 통한 죽음에 대한 위로의 한 사례이다.

 

건강한 지식인들은 버트런드 러셀의 선언이라는 질긴 고기도 먹을 준비가 되었을 듯하다. 그가 1925년에 쓴 에세이 <내가 믿는 것>의 한 대목이다.

 

나는 죽어서 썩으면 내 자아 중에 살아남는 것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나는 젊지 않으며 삶을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사멸한다는 생각에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것을 경멸해야 한다. 행복은 언젠가 끝난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진짜 행복이며, 사유와 사랑도 한없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두대에 설 때 스스로를 자랑스렵게 여긴다. 우리는 바로 그 자긍심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올바로 고찰해야 한다. 설령 활짝 열린 과학의 창문들이, 처음에는 대대로 내려온 인간화한 신화들이라는 안락한 실내 온기에 적응되어 있던 우리를 덜덜 떨게 할지라도, 결국에는 신선한 공기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드넓은 세상이 우리 앞에 장엄함을 드러낼 것이다.

 

평생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해온 나이 지긋한 간호사의 경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곳에서는 죽음이 일상적인 일이다. 그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지켜본 결과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종교인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관찰은 통계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겠지만 종교가 죽어가는 사람을 위로할 힘을 지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한다.

--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