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신의 존재에 대한 거증 책임

팔락 2011. 12. 27. 14:54

신의 존재 문제가 원칙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전제로부터 그의 존재와 비존재가 동등한 확률을 갖는다는 결론으로 건너뛰는 오류를 흔히 접하게 된다.

그 오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은 거증 책임(擧證 責任, 입증 책임)을 이용하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찻주전자 우화가 그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다.

 

믾은 사람들은 이미 수용된 독단적 견해는 독단론자들이 아닌 회의론자들이 반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을 도는 중국 찻주전자가 하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찻주전자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는 단서를 신중하게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주장이 반증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대한 용납하기 어려운 억측이라고까지 내가 말한다면 그건 헛소리로 여겨져야 옳다.

 

하지만 그런 찻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엣 서적에 명확히 나와있고, 일요일마다 그를 신성한 진리라고 가르치며, 학교에서도 그를 아이들의 정신에 주입시킨다면, 그 존재를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은 괴짜라는 표시가 될 것이고, 이를 의심하는 자는 계몽시대의 정신과의사나 그 이전의 종교 재판관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러셀의 주장은 거증 책임이 불신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기도란? 무가치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단 한 명의 탄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행위. (지극히 부당하게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서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는 것.)

-- 앰브로즈 비어스, 악마의 사전

논리학자들은 전능과 전지가 상호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신이 전지하다면, 그는 자신이 전능을 발휘하여 역사의 경로에 개입하여 어떻게 바꿀지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개입하겠다고 이미 마음먹은 것을 바꿀 수 없다는 의미며, 따라서 그가 전능하지 않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