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은조시(大隱朝市)
대은조시(大隱朝市)
진(晉)의 왕강거(王康琚)가 《반초은시(反招隱詩)》에서 “小隱隱陵藪 大隱隱朝市(소은은릉수 대은은조시)”라 하여 “작은 은자는 산이나 수풀에 숨고, 큰 은자는 조정과 시장에 숨는다”고 한 것이 출전입니다.
한편, 《진서(晉書)》 등찬전(鄧粲傳)에서는 “무릇 숨어서 도를 행함에 조정에도 숨을 수도 있고 저잣거리에 숨을 수도 있는 것이니, 숨는 것은 애초 나에게 있는 것이지 외물(外物)에 있는 것이 아니다(夫隱之爲道 朝亦可隱 市亦可隱 隱初在我 不在於物)”라고 한 것이 있습니다.
「마장전(馬**傳)」에서는 세리에 몰려 다니는 세도 명류를 풍자하여 오히려 「가무어시(歌舞於市)」하여 대은(大隱)이 되어 저잣거리에 숨는 일군의 지적인 둔세인(遁世人)을 형상한다.
小隱於山-- 大隱於市--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 묻히면 소은(小隱)이고
세속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대은(大隱)이라고 한다.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 제66에 한 무제 때의 기인(奇人) 동방삭(東方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제 곁에서 벼슬을 하며 대단한 문장과 달변으로 유명했지만 그의 행동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동방삭 주변의 동료들은 동방삭의 행태에 대해 선비로서 품위가 없다는 등 미친 사람(狂人)이라고 수군거렸다고 합니다. 한 번은 궁중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는데 누가 “사람들이 자네를 미친 자라고 한다네.”라고 하자 동방삭은 이에 “나는 말하자면 궁중 가운데에서 한가로이 숨어있는 있는 사람이지(所謂避世於朝廷閒者也), 옛날의 은둔자들은 깊은 산 속에서 세상을 피했지만(古之人, 乃避世於深山中)!”이라고 대답합니다.
동방삭은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땅에 넙죽 드러누워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陸沈於俗 육침어속
避世金馬門 피세금마문
宮殿中可以避世全身 궁전중가이피세전신
何必深山之中, 蒿廬之下 하필심산지중, 호려지하
속세에 푹 파묻혀
궁궐 문 안에서 세상을 피한다네
궁전 안에서도 세상을 피하고 몸을 온전히 할 수 있는데
하필 깊은 산 속, 쑥으로 엮은 초막 아래서만 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