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2
우리는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기운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호르몬 '아드레날린adrenaline'의 작용이다. 아드레날린은 두뇌 속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된다. 감각기관들이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시상하부는 저 아래 콩팥 바로 위에 붙어 있는 부신adrenal gland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부신은 곧바로 많은 양의 아드레날린을 혈액 속으로 내보낸다. 이런한 과정은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기' 반응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에 그보다 덜 유명한 호르몬 하나가 더 작용한다. '코티졸cortisol'이라는 호르몬인데, 이 호르몬 역시 부신에서 분비되며 아드레날린만큼 강력하다. 코티졸은 인간이 스트레스에 보이는 반응 중 '엘리트 기동부대'라고 할 수 있다. 코티졸은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두 번째 병사이며, 조금만 있어도 스트레스의 가장 불쾌한 측면을 없애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게 해준다.
우리의 몸은 왜 이런 성가시고 곤란한 일을 겪어야 할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유연하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고도로 조절되는 스트레스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죽고 말 것이다. 두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생존기관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두뇌의 복잡한 면들은 모두 조금은 에로틱하고 대단히 이기적인 목표를 향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목표는 바로 '우리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퍼뜨릴 수 있을 만큼 오래살기'다.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그 목표에서 '오래 살기' 부분에 이바지한다.
진화 초기에 인류는 무엇으로부터 성행위를 억제하는 위협을 받았던 것일까? 은퇴에 대한 걱정 따위는 위협의 요소가 아니었을 것이다. 걱정거리 '톱 10' 목록에는 우리를 잡아먹을 수 있는 맹수들이 오를 것이며, 그 맹수들이 사람에게 입히는 부상도 포함될 것이다. 그날의 날씨, 그날 먹을 식량 등 여러 가지 당장 필요한 것들이 주요 걱정거리들이었을 것이다. 모두 나이를 먹는 것과는 관계없는 요구 사항들이다.
왜 그렇게 당장 필요한 것들이 문제였을까? 인류 초기의 몇백 만 년 동안 인류가 맞닥뜨렸던 생존 문제들 대부분은 해결하는 데 몇 시간, 심한 경우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호랑이가 우리를 쫓아온다면 우리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거나, 도망치거나, 아니면 호랑이에게 창을 꽂거나 했을 텐데, 어느 쪽이든 간에 결판은 30초 안에 났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은 몇 년이 아니라 겨우 몇 초 지속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겨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스트레스는 맹수와 마주친 몇 초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없는 직장에서, 울어대는 아기와 함께, 그리고 돈 문제로 몇 시간, 며칠, 때로는 몇 달 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인체의 시스템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스트레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적당량 분비되던 호르몬이 계속 쌓여서 많아지거나, 양이 적당하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몸 안에 머물면 해로운 존재가 된다. 그래서 정교하게 조율된 시스템이 통제를 벗어나 두뇌나 면역반응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