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잠. 수면과학. 3. 수면 생체 시계

팔락 2011. 11. 8. 17:10

인체 내부에는 몇 가지 생체시계가 있으며, 두뇌의 각기 다른 부위가 그것들 모드를 통제하면서 규칙적이고 리드미컬한 스케줄을 따라 잠들고 깨어나게 만든다. 시상하부hypothalamus의 일부인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부위에 그런 타이밍 장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에 가까운 수면 리듬이란 대립하는 두 군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투가 낳은 결과다. 우선 그 군대들의 이름부터 설명해 보자. 한 군대는 우리를 깨우기 위해 온갖 일을 하는 뉴런, 호르몬, 그리고 다양한 기타 화학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군대를 ‘일주기 각성 시스템 circadian arousal system'이라고 부르는데, 간단히 ’프로세스 C'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군대 뜻대로만 한다면 우리는 늘 깨어 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역시 신경세포와 호르몬, 다양한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비슷하게 힘이 센 적군이 있다. 이 군대는 우리를 재우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이 군대는 ‘항상성 수면욕구homeostatic sleep drive'라 하며, 간단히 ’프로세스 S'라고도 부른다. 이 군대 뜻대로만 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잠만 잘 것이다.

 

이들 간의 전쟁은 이상하고 역설적이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한 군대가 전장을 더 오래 통제하면 할수록 전투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풀에 지쳐서 결국 잠시 백기를 드는 셈이다. 실제로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프로세스 C가 우세할 경우) 일주기 각성 시스템이 전장을 적에게 내어줄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면 우리는 잠이 든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런 조건부 항복 행위는 16시간 정도 의식이 깨어 있은 뒤에 찾아온다. 동굴 속에 사는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자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프로세스 S가 우세할 경우) 항상성 수면욕구가 퇴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우리는 잠에서 깬다. 보통 프로세스 S가 조건부로 항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적에 비해 절반 정도로 8시간 정도 된다. 이 현상 역시 동굴에서 사는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그러나 이 두 군대 간의 전쟁이 아무런 통제 없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우리 몸 내부와 외부의 세력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잠의 양과 우리가 자는 잠의 양을 모두 한정지으면서 전투를 통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