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장기 기억

팔락 2011. 11. 8. 11:12

처음에 기억흔적은 유연하고 불안정하며 달라질 수밖에 없고 자칫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 하루 동안 우리의 머릿속에 입력되는 정보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몇몇 기억은 우리 머릿속에 남는다. 그런 기억들은 처음에는 약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강해지고 지속성을 갖는다. 그리고 마침내는 끝없이 되살아날 수 있고 변화에도 끄떡없어 보이는 경지에 이른다. 그런 기억들은 기대만큼 안정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를 '장기기억'이라고 부른다.

 

장기기억에는 작동기억처럼 여러 유형이 있는 듯한데, 그 대부분은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나 작동기억과 달리, 장기기억의 유형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학자들 대부분은 '의미론적 기억체계 semantic memory system'가 있다고 믿는데, 이 체계는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라든가 고등학교 시절의 몸무게 같은 것들을 기억한다.

 

또한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학자들도 많은데, 이는 '25회 고등학교 동창 모임'처럼 인물, 플롯, 날짜와 시간 등이 포함된 과거의 경험들로 기억한다. 그 한 갈래가 '자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으로, 아주 친숙한 인물, 즉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장기 기억은 인출 모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장기기억은 기억이 여러 번 복원된 결과 대뇌피질에 시냅스의 변화가 축적되어 생긴다.

2. 이런 복원은 해마가 관장하는데, 그 기간은 몇 년이 될 수도 있다.

3. 결국 그 기억은 중뇌 측두엽에서 벗어나 새롭고 좀 더 안정된 기억흔적이 되어 내뇌피질에 영원히 저장된다.

4. 기억인출 메커니즘은 학습이 처음 이루어진 순간에 동원했던 뉴런의 원래 모습을 재구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기억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몇 분, 몇 시간, 며칠이 아니라 몇 년이다. 여러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배운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될 때까지도 완전하게 기억으로 자리잡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기억의 종류나 그 정보를 기억할 당시의 감정에 따라 그 기간은 다를 수가 있다.

#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은 아이들이 배운 것을 각자의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그것을 배운 지 90분에서 120분쯤 지나 반복학습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학교는 실제로 학습의 대부분이 집에서 이루어지도록 교과과정을 짜놓고 있다.

# 어떻게 하면 기억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정보에 되풀이하여 노출하되, 엄밀하게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기억을 두뇌 속에 고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 망각 덕분에 우리는 우선순위라는 것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면, 그 정보를 반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