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줄기세포 [stem cell]

팔락 2011. 8. 31. 12:41

줄기세포 [stem cell]

 

특정한 세포로 분화가 진행되지 않은 채 유지되다가 필요할 경우 신경·혈액·연골 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세포를 말한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피부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피부 아래쪽에 피부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리면 뇌에 있는 후각신경세포의 기능이 일시 정지되거나 없어져 냄새를 맡지 못하다가 독감이 다 나으면 다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도 후각을 담당하는 줄기세포가 재생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물의 생명활동에 필요한 세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줄기세포이다.

 

줄기세포는 출생 후부터 몸에 있는 여러 종류의 조직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과 생명의 시초가 되는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특정한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이다. 몸속에 극히 미량으로 존재하면서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세포를 제공해준다. 성체줄기세포는 의학적으로 이용하기에 안전하다. 장기 재생을 위해 몸속에 이식해도 문제가 없으며, 신체조직에 어떤 손상이 발생하면 다른 장기에 있던 줄기세포가 몰려와서 손상된 조직으로 변하는 분화의 유연성이 있다. 또한 성인의 몸속에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세포를 자가이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남성의 생식세포인 정자와 여성의 생식세포인 난자가 결합하여 생성된 수정란(배아)에서 유래한다. 일반 세포와는 다르게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어 특별한 조건에서 배양한다면 무한대로 세포증식이 가능하다. 또한 노화가 되지 않는 세포이기 때문에 한 개의 배아줄기세포만으로도 수많은 환자의 치료에 이용될 수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배양해도 염색체의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처럼 배아줄기세포는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어 전분화능 줄기세포라고도 한다.

 

앞으로 의학에서는 기존의 고전적인 약물처치나 수술적 방법을 통한 질병치료가 손상된 세포·조직·장기를 건강한 것으로 바꾸는 세포·조직대체치료법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것을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이라고 하는데,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질병의 부분적 치료가 아닌 근원적 치료가 가능하다. 줄기세포는 질병의 치료제, 원인규명, 신약의 독성검사 등 다양한 연구에 이용될 수 있지만 줄기세포 확보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남아 있다.

 

◆ 줄기세포 치료제

 

세포는 성장하면서 구조나 기능이 생물의 조직에 맞도록 변해가는 데 이를 `분화`라 한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을 만들 수 있는 원시세포로 여러 갈래로 분화될 수 있어 `줄기세포`라고 부른다. 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우리 몸의 고장 난 부분에 필요한 세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필요한 장기를 만들거나 기존 장기의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어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성체줄기세포는 분화가 끝난 조직이나 기관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주로 골수나 지방 등에서 얻는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환자 본인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세포가 이식된 장기나 세포를 적으로 생각해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이 적다. 또한 윤리적 논란에서도 자유롭기에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돼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 대부분이 성체줄기세포치료제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이 배아줄기세포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분화가 일어나지 않은 배아의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난 수정란은 여러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배반포가 되고, 이 배반포 안에 있는 세포들이 피부나 뼈 등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이 세포를 추출해 분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분화할 수 있도록 배양한 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기 이전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윤리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각국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금지하거나 신중하게 진행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보다 연구가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하게 분화하는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허용하고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는 분화가 끝난 우리 몸의 세포를 `역분화` 과정을 통해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로 `역분화줄기세포`라고도 부른다.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은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사람 피부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하지만 2006년 처음 발견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대한 연구가 다른 줄기세포들의 연구보다 미흡하다.

 

◆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놓고 각국 경쟁 치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 분야에 2009년 우리나라(345억원)의 5배가 넘는 184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재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윤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1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금지했다. 하지만 주정부 차원에서의 연구 지원이 허용돼 실제로 배아줄기세포와 관련한 대부분의 원천기술과 특허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도 주도하고 있다. 작년 9월 기준 세계에서 상업화에 근접한 수준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치료제의 40% 이상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3200여 건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이고 이 중 10% 정도인 350여 개가 상업화를 목적으로 한 연구다.

업계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그 시장 규모가 1조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우리나라 줄기세포치료제 연구 수준은?

우리나라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개 업체가 총 22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급성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를 7월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했다. 기존에 심근경색환자들은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받으며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해주는 아스피린 등을 복용했다. 새로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심근세포를 재생시키고 주변 세포의 기능 발달을 도와주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식약청의 이번 허가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식약청은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기준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이번에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기준을 마련했으며 우리의 기준이 전 세계 기준이 되도록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등 경쟁국들이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 식약청의 허가가 성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은 지난 6월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간을 대폭 줄인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김동욱 교수(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는 "기존에 배아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데 2개월 정도 걸렸지만 이를 15일 이내로 줄이면서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확률도 높였다"며 "줄기세포 치료제의 치료 효과와 안정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시대 열리나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용어는 김동욱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김 교수는 "1세대 치료제인 성체줄기세포는 분화하는 조직이 제한돼 있어 치료에 한계가 있다"며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는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는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사용한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는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에 의한 간접치료 효과에 의존한다"며 "이 경우 줄기세포는 병든 환경을 좋게 만들고 죽어버리기 때문에 직접적인 치료 효과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원하는 세포를 만들어 병든 세포를 직접적으로 대체하는 효과는 있다"면서도 "세포의 분화기간이 적어도 2개월이 걸려 바이러스에 오염되거나 돌연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그 한계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한계를 극복해 치료 효과가 크고 안정적인 새로운 줄기세포 치료제가 바로 2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라며 "5~10년 안에 실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